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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괘의 지혜로 본 회복의 방향
곤괘의 핵심 덕목은 ‘순응(順)’과 ‘유순(柔)’이다. 억지로 힘을 쓰기보다는, 자연의 흐름에 순응하고 스스로를 보전하는 것이 곤의 도(道)이다. 음혈허의 치료 역시 이 원리에 근거한다. 즉, ‘보혈(補血)’과 ‘양음(養陰)’의 접근이 필요하다. 이때 중요한 것은 단순히 영양을 보충하는 것이 아니라, 몸이 다시금 ‘받아들일 수 있는 상태’로 돌아가게 만드는 것이다. 곤괘의 철학을 일상에 적용하면 다음과 같은 생활 지침이 된다. 휴식은 능동적 행위이다. 곤의 에너지는 ‘쉼’ 속에서 자라난다. 충분한 수면, 일정한 루틴, 과도한 자극의 회피가 회복의 첫걸음이다.
1. 음기부족
곤(坤) 괘는. 주역(周易)에서 곤괘(坤卦)는 ‘지지(地之卦)’로, 하늘의 건괘(乾卦)에 대응하는 음(陰)의 극치를 상징한다. 건이 창조하는 양(陽)의 힘이라면, 곤은 이를 포용하고 길러내는 ‘받아들이는 힘’이다. 곤은 부드럽고 너그럽지만, 그 속에는 모든 생명을 낳고 기르는 대지의 근원적 에너지가 내재되어 있다. 한의학적으로 본다면 곤괘는 ‘음(陰)’의 본질, 즉 인체의 수분과 혈액, 그리고 내면의 안정된 에너지를 상징한다. 이 음의 기운이 부족할 때, 사람은 마치 메마른 땅처럼 생기를 잃고 피로가 누적된다. 곤괘의 상징이 바로 음혈허(陰血虛) 상태와 깊은 연관을 맺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2. 보혈(補血)
음혈이 충실해야 기(氣)가 생기고, 기가 충만해야 면역력이 유지된다. 따라서 만성피로를 단순히 에너지 부족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음혈의 근본을 보하는 일’로 접근해야 한다. 곤괘의 기운이 회복되면, 몸은 자연스레 면역의 균형을 되찾고 피로는 사라진다. 곤괘는 받아들임, 기다림, 그리고 순응. 그것이 곤의 덕목이며 동시에 인체의 회복 원리다. 만성피로와 음혈허로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은 억지로 에너지를 쥐어짜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다시 ‘받아들일 수 있는 상태’로 만드는 일이다. 몸이 쉼을 받아들이고, 마음이 감정을 수용할 때, 곤의 기운은 대지처럼 부드럽게 깨어난다. 그 순간, 피로는 흙 속의 물처럼 사라지고, 새로운 생명력과 면역의 힘이 잔잔히 차오른다.
3. 면역저하
면역저하는 단순히 ‘쉬어도 풀리지 않는 상태’로 에너지 저하로 정의된다. 하지만 그 근본에는 인체 내의 음양불균형이 자리한다. 곤괘가 상징하는 음기가 고갈되면, 신체는 양기를 지탱할 수 없게 되어 결과적으로 전신의 에너지 흐름이 느려지고, 회복력이 떨어진다. 이때 흔히 나타나는 면역저하의 증상은 다음과 같다. 손발이 차고 얼굴이 창백하다. 수면이 얕고 꿈이 많으며, 쉽게 깬다. 머리가 무겁고 집중력이 떨어진다. 식욕은. 없지만 단 음식이나 카페인을 자주 찾는다. 생리불순이나 탈모, 피부 건조 등의 증상이 동반된다. 이러한 양상은 단순한 과로가 아니라, 음혈(陰血)이 고갈되어 몸의 뿌리 에너지가 약해진 결과다. 곤괘의 ‘받아들이는 힘’이 약해진 상태라고 볼 수 있다. 이는 곤괘의 음기중심이 양기부족이라는 영양부족이나 에너지 저하에 따른 면역저하와 상통한다.
괘상주역의 임상사례
50대 벨기에 남성이 초고도 비만으로 뒤뚱거리며 내원했다. 그는 심각한 에너지저하를 나타냈고 무기력했으며 체중을 이겨내지 못했다. 그의 비만 상태가 워낙 극심해서 괘상주역을 했다. 그의 몸과 동작으로 작괘 한 것이 곤위지 괘였댜. 곤괘 특유의 음만으로 구성된 것으로 그의 초고도 비만이 설명이 되었다. 그는 거의 곤괘의 괘상 그대로 음기부족, 보혈, 면역저하의 전형적인 상태였다. 지나친 고도비만으로 양기부족의 증세로 혈액순환과 허리통증, 하지불안증까지를 겪고 있었다.
곤괘의 병리는 삼초와 위장의 과도한 음기가 응집한 초고도 비만이었다. 치료는 삼초를 조절해서 갑상선 조절을 해주며 대사기능을 끌어올려주는 것이었다. 위장은 너무나 크게 발전하여 위대함 그 자체였다. 치료는 삼초와 위장, 대장, 간장의 양기를 강화하고 음기를 빼주는 것이었다 대장경락은 빨순이 경락이라는 그 말 그대로 수독을 없애야 했다. 괘상주역으로 보면 치료는 장기적으로 보야야 했다. 최소 20회 침치료와 3개월 약처방이 필요했다. 다행히 그는 순수하게 치료에 응했다. 곤괘의 치료는 쉽지 않았지만 규칙적인 치료로 그는 음기부족과 보혈, 면역저하로부터 벗어났다. 그는 대단히 만족해했다.
곤괘는 ‘지속 가능한 생명력’의 본질.
만성피로와 면역저하의 시대에 필요한 것은 과로를 견디는 힘이 아니다. 내면의 음기를 회복하고 보혈을 통해 생명력을 재건하는 일이다. 대지의 곤(坤)은 늘 그 자리에 있다. 우리 안의 대지를 돌보는 순간, 진정한 치유는 시작된다.감정의 안정이 곧 곤의 회복이다. 곤괘는 포용과 수용의 상징이다. 억눌린 분노, 과도한 불안, 완벽주의적 긴장은 음기를 쉽게 소모시킨다. 명상, 깊은 호흡, 자연 속 산책은 곤의 흐름을 회복시키는 좋은 방법이다. 그러나 곤괘를 보면 음만으로 구성되어 양기강화가 필수적이다. 곤괘는 양기와 교류할 때 비로소 정상적인 에너지 순환을 할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