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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과 현대가 만난 임상침구학의 집약
괘상주역은 하늘과 땅, 음과 양, 변화와 조화를 괘(卦)의 형태로 상징화한다. 복잡한 세상을 단순한 원리로 풀어낸다. 중국의 근삼침(靳三鍼) 역시 이와 같은 단순성 속의 질서라는 점이다. 근삼침은 광저우중의약대학의 저명한 임상가 진뢰이(靳瑞) 교수가 창안한 체계이다. 자신의 성씨인 진(靳) 씨의 삼침(三針)이라는 뜻이다. 특정 질환을 대표하는 세 개의 혈위(三鍼)를 정형화하여 임상 효과를 극대화한다. 겉으로 보면 ‘세 개의 혈자리’라는 단순한 방식 같다. 하지만 그 배경에는 주역에서 말하는 괘상(卦象)의 단순성과 통찰이 깔려 있다. 주역의 여섯 효(爻)가 세 개씩 나뉘어 상하괘를 이루듯, 근삼침의 삼(三) 역시 단순한 수가 아니라 변화와 균형, 조화를 담은 원리라 할 수 있다.
근삼침의 원리와 주역적 해석
1. ‘셋’이라는 수의 의미
주역에서 ‘셋’은 균형과 조화를 뜻한다. 하늘과 땅,사람을 천·지·인 삼재(三才)로 하여 세상의 근본을 이룬다고 보았다. 근삼침 또한 임상에서 세 개의 혈위를 고정적으로 선택한다. 이는 복잡한 증상을 단순화하고, 치료의 균형을 맞추려고 한다는 점이다. 예컨대, 어떤 환자가 소화기 장애를 호소할 때, 수많은 혈자리를 고려하기보다 가장 핵심적인 세 자리, 즉 족삼리·삼음교·태충이라는 족삼침을 선택한다. 이는 주역의 “복잡한 변화 속에서도 근본 원리를 찾으라”는 가르침과 상통한다.
2. 괘상과 배혈의 대응
주역의 괘는 음과 양의 효가 쌓여 여섯 줄을 이룬다. 그 배열이 곧 자연의 상징이 된다. 근삼침의 배혈법도 비슷하다. 예를 들어, 수삼침(곡지·합곡·외관)은 상지 질환 치료에 자주 쓰인다. 여기서 곡지는 대장경, 합곡은 수양명대장경, 외관은 수소양삼초경에 속한다. 이는 마치 상괘와 하괘가 서로 호응하여 하나의 괘를 이루듯, 세 혈위가 서로 상호작용하여 임상적 힘을 발휘하는 것이다. 즉, 각각의 혈위는 효(爻)와 같고, 세 개가 모여 하나의 괘가 되며, 그 괘가 곧 질환을 해결하는 ‘상징적 지도’가 된다.
3. 단순함 속의 지혜
근삼침은 수십 년 임상에서 정리된 결과물이다. 많은 환자의 사례 속에서 공통적으로 효과가 두드러진 혈위를 뽑아낸 것이다. 이는 주역에서 “잡다함을 버리고 근본을 잡는다(去雜取要)”는 원리이다. 복잡한 증상에도 핵심 혈위를 세 개로 압축해 치료하는 방식은, 변화의 근원을 짚어내는 주역의 사고방식이다. 이 원리로 보면 근삼침은 단순한 3개의 침이 아니다. 3개침의 조합이 침의 효과를 극대화하며 기혈을 뚷는 강화침의 작용력이 강하다. 기존 체침의 분산효과를 집중화로 더욱 강화한 것이다.
4. 대표적인 근삼침과 임상적 의미
수삼침(水三鍼) : 곡지, 합곡, 외관
→ 주로 상지 질환, 팔의 운동 장애, 신경통에 응용.
→ 마치 수(水)의 흐름이 막힌 곳을 트듯, 기혈의 흐름을 소통시킨다.
족삼침(足三鍼) : 족삼리, 삼음교, 태충
→ 하지 질환, 소화기 기능 강화, 전신 기혈 순환 조절.
→ 지(地)괘처럼 몸의 뿌리를 튼튼히 다져준다.
뇌삼침(腦三鍼) : 두부 관련 혈위
→ 지능장애, 중풍 후유증, 기억력 저하.
→ 주역의 건괘가 하늘을 열어 밝히듯, 뇌의 기능을 열어준다.
지삼침(耳三鍼) : 청궁, 청회, 완골
→ 이비인후과 질환, 난청, 이명, 알레르기성 비염.
→ 음과 양의 소리를 조화시키는 상징적 의미를 가진다.
이렇듯 근삼침의 각각은 단순히 ‘혈자리 세 개’가 아니다. 주역의 괘처럼 증상과 상응하는 자연의 질서를 상징한다. 이렇듯 근삼침의 각각은 단순히 ‘혈자리 세 개’가 아니다. 각 증상에 맞는 임상 최적 조합을 뜻한다. 주역의 괘처럼 증상과 상응하는 자연의 질서를 상징한다. 이는 주역의 괘상이 3개로 구성되었듯 삼침이며 많은 경우는 6침을 쓸 수도 있다.
5. 임상 적용과 주역적 비유
중국 임상 현장에서는 근삼침이 지능장애 아동의 재활, 중풍 후유증, 이비인후과 질환, 근골격계 통증에 널리 활용된다. 예컨대, 뇌삼침은 중풍 후 언어장애 회복에서 신경 기능을 자극하고, 족삼침은 하지 근력을 강화하며 순환을 돕는다. 이 과정을 주역에 비유하면, 환자의 증상은 혼란스러운 괘상과 같다. 근삼침은 그 괘를 바르게 정돈하는 핵심 효를 찾아내는 것이다. 괘상주역으로 보면, ‘건괘’가 하늘의 무궁한 힘으로 만물을 열듯 ‘곤괘’는 땅의 무거움 속에서도 생명을 품듯, 작용을 한다. 이렇게, 각 삼침은 혼란 속에서 질서를 회복시키는 열쇠가 된다.
체침의 단순화와 경혈효과의 강화 체계
근삼침은 진뢰이 교수가 반세기에 걸친 임상 경험을 통해 완성한 독창적 침구 체계이다. 핵심은 체침의 강화효과이다. 주역의 괘상처럼 적절한 조합으로 변화와 균형을 이끌어낸다. 주역은 변화무쌍한 세상을 여섯 효로 단순화해 진리를 전했다. 근삼침은 복잡한 질환을 세 개의 혈위로 압축해 치료 효과를 극대화했다. 결국 두 체계는 “간결함 속에 담긴 깊은 통찰”이라는 같은 철학을 공유한다. 근삼침은 환자에게는 짧고 효과적인 치료를 주고 임상의에게는 명확한 지침을 제공한다. 이는 주역의 괘상이 단순한 기호가 아니라 삶의 지침이 되듯, 근삼침의 세 혈위 역시 치유의 길을 여는 열쇠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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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근삼침의 배혈법
1장 사신침: 사신Ⅰ침(전정혈), 사신Ⅱ침(후정혈), 사신Ⅲ침, 사신Ⅳ침
2장 지삼침: 지Ⅰ침(신정혈), 지Ⅱ침, 지Ⅲ침(본신혈)
3장 뇌삼침: 뇌호혈, 뇌공혈좌, 뇌공혈우
4장 설삼침: 설Ⅰ침(염천혈), 설Ⅱ침, 설Ⅲ침
5장 섭삼침: 인당혈Ⅰ침, 양백혈Ⅱ침, 양백혈Ⅲ침
6장 정신침: 정신Ⅰ침, 정신Ⅱ침, 정신Ⅲ침
7장 훈통침: 사신침, 인당혈, 태양혈
8장 면기침: 사백혈, 아시혈(하안검), 지창혈, 구화료혈, 영향혈
9장 차삼침: 하관혈, 아시혈, 태양혈
10장 면탄침: 양백혈, 사백혈, 태양혈, 예풍혈, 영향혈, 지창혈, 수구혈
11장 돌삼침: 수돌혈, 부돌혈, 천돌혈
12장 안삼침: 안Ⅰ침(정명혈), 안Ⅱ침(승읍혈), 안Ⅲ침
13장 비삼침: 영향혈, 상영향혈, 인당혈
14장 이삼침: 청궁혈, 청회혈, 완골혈
15장 수삼침: 합곡혈, 곡지혈, 외관혈
16장 족삼침: 족삼리혈, 삼음교혈, 태충혈
17장 수지침: 노궁혈, 신문혈, 내관혈
18장 족지침: 족지Ⅰ침(용천혈), 족지Ⅱ침(천중혈), 족지Ⅲ침(천내혈)
19장 견삼침: 견Ⅰ침(견정혈), 견Ⅱ침, 견Ⅲ침, 견정혈, 견전혈
20장 슬삼침: 독비혈, 양구혈, 혈해혈
21장 요삼침: 신수혈, 대장수혈, 위중혈
22장 경삼침: 천주혈, 백로혈, 대추혈
23장 배삼침: 대도혈, 풍문혈, 폐수혈
24장 과삼침: 해계혈, 태계혈, 곤륜혈
25장 좌골침: 좌골점, 위중혈, 곤륜혈
26장 위삼침: 곡지혈, 합곡혈, 척택혈, 족삼리혈, 삼음교혈, 태계혈
27장 지삼침: 내관혈, 족삼리혈, 삼음교혈
28장 위삼침: 중완혈, 내관혈, 족삼리혈
29장 장삼침: 천추혈, 관원혈, 상거허혈
30장 담삼침: 기문혈, 일월혈, 양릉천혈
31장 요삼침: 중극혈, 관원혈, 삼음교혈
32장 양삼침: 관원혈, 신수혈, 기해혈
33장 음삼침: 관원혈, 귀래혈, 삼음교혈
34장 폐삼침: 십선혈, 용천혈, 수구혈
35장 탈삼침: 신궐혈, 백회혈, 수구혈
36장 비삼침: 중완혈, 족삼리혈, 대맥혈
37장 간삼침: 내관혈, 신맥혈, 조해혈
38장 갈삼침: 협거혈, 태양혈, 하관혈
39장 유삼침: 유근혈, 전중혈, 견정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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