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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질환에 운동, 무조건 좋은 것일까?
운동은 건강에 좋다는 말은 누구나 알고 있다. 하지만 모든 상황에 해당되는 말은 아니다. 특히 대장질환이 있는 사람에게는 ‘운동’이 오히려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 설사, 복통, 장내 염증 등이 있을 때 무리하게 몸을 움직이면 회복은 늦어지고 고통은 커진다. 대장은 외부 자극에 민감하고, 물리적 압력이나 체내 순환의 변화에 쉽게 영향을 받는다. 이번 글에서는 대장질환 시 피해야 할 운동 5가지를 중심으로, 왜 그것이 위험한지, 어떤 대체 방안을 고려할 수 있는지를 살펴본다.
✅ 무리한 운동몸의 경고를 무시하면 되레 악화된다
대장질환을 앓고 있을 때 가장 주의해야 할 것은 과도한 유산소 운동이나 장시간의 격한 움직임이다. 장거리 달리기, 자전거 마라톤, 고강도 인터벌 트레이닝(HIIT) 등은 대장의 연동 운동에 직접적인 자극을 주어 설사와 복통을 유발할 수 있다. 특히 무리한운동은 체내 수분과 전해질 균형을 빠르게 무너뜨린다. 이는 장염 환자나 탈수가 동반된 대장 질환자에게 치명적일 수 있다. 땀을 많이 흘리고 심박수가 지속적으로 높은 상태에서는 장점막이 더욱 예민해져 염증 반응이 커진다. 평소에는 건강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운동이 특정 질환 시에는 독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또한 격한 운동은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분비를 증가시켜 장내 환경의 균형을 무너뜨린다. 장은 제2의 뇌라고 불릴 만큼 정서적 스트레스에도 민감하기 때문에, 운동으로 인한 스트레스도 주의가 필요하다.
✅ 복압 증가 운동 – 대장은 압력을 싫어한다
복부에 강한 압력이 가해지는 운동도 피해야 한다. 대표적으로 웨이트 트레이닝 중 데드리프트, 스쿼트, 복근 강화 운동(크런치, 레그레이즈)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런 운동은 복부를 수축시키고 복압을 상승시켜 장 내부에 직접적인 부담을 준다. 복압이 높아지면 장벽에 불필요한 자극이 전달되어 경련성 통증이나 출혈, 항문 출혈까지 유발될 수 있다. 특히 치루나 치질이 있는 환자는 통증이 심해지고, 장염이나 장출혈 환자의 경우 염증이 심화될 수 있다. 복압은 대장의 혈류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에 장점막 회복을 방해한다. 또한 이와 같은 운동은 배변 활동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복압이 반복적으로 상승되면 직장 압력이 불균형해져 변비 또는 배변 장애가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대장질환이 있는 동안에는 복근 중심 운동은 피하거나, 전문의의 지시를 따른 후 천천히 재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장염악화 위험 운동 – 장내 균형을 망치는 활동들
장염은 대장 점막에 염증이 발생한 상태로, 이 시기에는 어떤 형태의 과격한 운동도 자제해야 한다. 그러나 일부 환자들은 '운동을 쉬면 회복이 더뎌진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운동을 멈추지 않는다. 이는 염증을 악화시켜 회복을 지연시키는 원인이 된다. 특히 더운 날씨의 야외 운동이나 장시간의 트레킹, 고온 다습한 환경에서의 체육 활동은 장염환자에게 가장 위험한 조합이다. 체온이 올라가면 면역계는 체온을 낮추기 위해 장 기능을 희생시키는 경향이 있으며, 이로 인해 설사, 구토, 탈수 증상이 심화될 수 있다. 장염은 단순히 배앓이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만성화되면 장내 세균총 불균형, 만성 염증, 흡수장애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럴 경우 운동을 통해 회복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이며, 오히려 운동을 멈추고 충분한 휴식과 수분 보충, 영양 공급이 우선되어야 한다.
대장질환이 있을 때 운동은 '선택'이 아니라 '조절'이 필요하다.
무조건 운동을 쉬라는 말이 아니다. 문제는 ‘어떤 운동을, 어떤 상태에서 하느냐’이 다. 무리한 운동은 탈수와 장자극을 초래하며, 복압 증가 운동은 장내 손상을 유발하고, 염증성 장질환이 있을 경우엔 장염악화를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대장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라면, 격한 유산소 운동이나 고강도 근력운동은 당분간 피하고, 복압을 자극하지 않는 가벼운 스트레칭, 요가, 명상, 심호흡 운동 등으로 대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운동은 약이 될 수도, 독이 될 수도 있다. 내 몸이 보내는 신호에 귀 기울일 줄 아는 것이 건강 회복의 출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