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대장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에게 식단은 단순한 영양섭취 수단이 아니다. 식사는 곧 치료이며, 때로는 그 자체가 증상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특히 만성적인 복통과 설사, 변비, 복부팽만 등을 호소하는 이들에게는 어떤 음식을 먹느냐보다 어떤 음식을 피하느냐가 더 중요한 문제로 다가온다. 흔히 ‘건강한 음식’으로 알려진 식품조차 대장질환자의 장 환경에는 자극이 될 수 있다. 잘못된 식습관은 증상의 만성화를 부추긴다. 본 글에서는 ‘대장질환음식’ 중 반드시 피해야 할 주요 항목에 대해 그 기전을 설명하고 일상에서의 주의사항까지 구체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 대장질환자를 악화시키는 대표적 기름진 음식
첫 번째로 주의해야 할 식품군은 ‘기름진음식’이다. 튀김류와 삼겹살, 버터가 듬뿍 들어간 제과류, 크림소스 음식 등은 소화기관 전반에 부담을 주는 대표적 음식이다. 특히 지방은 대장에서의 연동운동을 과도하게 자극하거나 억제하여 설사 또는 변비를 악화시키는 이중적인 작용을 할 수 있다. 염증성 장질환 환자나 과민성대장증후군 환자에게 기름진 음식은 점막을 자극하여 통증과 복통을 유발하며, 장 내 가스생성을 촉진해 복부팽만을 심화시킨다. 또한 포화지방산은 장내 유익균보다 유해균의 증식을 도우며, 이로 인해 장내 미생물 균형이 깨져 면역반응 이상이나 염증반응이 악화되기도 한다. 따라서 대장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라면 모든 형태의 튀김, 볶음, 크림류 음식을 장기적으로 피하고, 삶거나 찌는 방식으로 조리법을 바꾸는 것이 현명하다.
■ 대장에 부담 주는 고섬유질 또는 발효성 식품
일반적으로 식이섬유는 장 건강에 이롭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대장질환자에게는 예외적인 경우가 존재한다. 특히 급성 염증이 있거나 장점막이 예민한 상태에서는 불용성 섬유질이 오히려 장벽을 자극하고 통증을 유발할 수 있다. 셀러리, 생당근, 양배추, 잡곡류 등은 ‘좋은 음식’으로 인식되지만, 대장 기능이 약화된 상태에서는 회복을 방해할 수 있다. 또한 발효성 탄수화물이 풍부한 양파, 마늘, 콩류, 브로콜리 등의 식품은 장내 세균에 의해 과도하게 분해되면서 다량의 가스를 발생시키고 복부팽만과 트림, 복통을 유발한다. 이처럼 소화불량을 부추기는 발효성 식품은 일상에서 무의식 중에 자주 섭취되는 경우가 많아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대장 기능이 회복된 이후에 점진적으로 소량씩 섭취를 늘려가는 방식이 바람직하다.
■ 대장질환에 악영향을 주는 냉음식과 음료 습관
대장의 기능은 체온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장은 따뜻해야 연동운동이 원활히 이뤄지고, 점막의 혈류도 안정적으로 유지된다. 그러나 찬 음식과 냉음료는 장점막의 혈관을 수축시키고, 위장관 운동을 급격히 저하시켜 기능성 장애를 유발한다. 여름철 아이스크림, 냉커피, 얼음물, 차가운 면 요리는 잠깐의 시원함을 제공하지만, 대장질환자에게는 복통과 장운동의 불규칙성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이 된다. 특히 과민성대장증후군 환자의 경우, 냉음식 섭취 후 복통과 설사가 동시에 나타나는 일이 잦다. 또한 과도한 카페인 음료는 장내 수분을 급격히 배출시켜 탈수와 변비를 유발할 수 있으므로 카페인 섭취량도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 음식의 온도는 대장질환 관리에서 매우 중요한 변수이며, 실온 이상의 따뜻한 식사를 습관화하는 것이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된다.
대장질환은 생활습관의 총체적 결과물이다. 그중에서도 식습관은 증상의 악화와 회복을 결정짓는 가장 직접적인 요소다. 대장질환음식이라고 명명할 수 있을 만큼 위험한 음식들이 일상 곳곳에 자리하고 있으며, 기름진 음식이나 발효성 식품, 냉음식들은 습관처럼 섭취되기 쉬운 것들이다. 이들을 의식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치료가 아닌 예방의 차원에서도 중요하다. 음식 하나 바꾸는 일이 귀찮게 느껴질 수 있지만, 그 선택이 수술과 입원을 막아주는 결정적 전환점이 될 수 있다. 대장질환자는 무엇을 먹느냐보다, 무엇을 먹지 않느냐를 먼저 고민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오늘 식탁 위의 결정이 곧 내일의 컨디션을 좌우한다는 사실을 기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