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증은 문화권을 막론하고 많은 사람에게 발생하는 흔한 위장질환 중 하나이다. 그러나 그 원인과 증상의 양상, 치료 접근 방식은 동양인과 서양인이 다르게 인식하고 관리한다. 동양에서는 체질과 기운의 흐름, 음식의 성질 등을 중심으로 체증을 파악한다. 치료 역시 식이조절과 체질 맞춤형 접근이 강조된다. 반면에 서양에서는 물리적 구조와 위산, 효소, 식도 기능 등 해부생리학 등을 중심으로 원인을 파악한다. 치료는 약물요법 중심이며 원인을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글에서는 동양인과 서양인의 식문화와 위장 구조 및 치료법의 차이점을 비교한다. 동, 서양의 체증을 비교함으로써 병증을 더 입체적으로 이해하고 적합한 관리 방법을 찾는 데 도움을 주고자 한다.
■ 식문화 차이가 체증 발생 양상에 미치는 영향
동양과 서양은 기본적인 식재료와 조리법, 식사 습관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이는 곧 위장 기능과 체증 증상에 직결되는 요소가 된다. 동양인은 전통적으로 밥과 국, 반찬이 포함된 따뜻한 식사 중심의 식문화를 가지고 있다. 주로 익힌 채소와 발효식품을 많이 섭취한다. 반면에 서양인은 빵과 육류, 유제품, 가공식품 등 고지방 및 고단백 음식의 비율이 높다. 상대적으로 찬 음식이나 생식의 비중이 크다. 이러한 식문화의 차이는 위장에 가해지는 부담과 소화 효율에 영향을 준다. 동양에서는 뜨겁고 자극적인 국물음식이나 매운 양념이 위장을 지속적으로 자극해 체증을 유발한다. 반면에 서양에서는 고지방 음식 섭취 후 위 배출이 지연되고 위산 역류가 발생하기 쉬워 역류성 식도염 형태의 체증이 흔히 나타난다. 또한 식사 속도와 환경도 다르다. 동양인은 비교적 천천히 앉아서 먹는 식사 문화가 유지되고 있다. 그러나 현대의 동양인들은 바쁜 도시생활 속 패스트푸드가 늘면서 서구형 체증 패턴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반면 서양에서는 원래부터 빠른 식사나 간단한 식사 문화가 보편화되어 있다. 이는 식사 중 공기 흡입량 증가 및 위 내 가스 형성으로 인해 팽만감이나 트림, 체증 증상이 더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같은 체증이라 하더라도 음식메뉴나 조리 방식, 섭취 습관의 차이에 따라 그 발생 원인과 증상의 유형이 다르게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 위장 기능에 대한 해석 방식의 차이
동양의학과 서양의학은 체증의 발생 원인을 해석하는 데 있어 매우 상이한 관점을 가지고 있다. 서양의학에서는 체증을 위장 운동 저하나 위산 분비 이상, 식도 괄약근 기능 약화, 위 배출 지연 등 해부학적 구조와 기능 이상에 근거하여 설명한다. 진단은 위내시경과 식도기능검사, pH 모니터링 등을 통해 한다. 반면 동양의학에서는 체증을 위장 자체의 기능보다는 기(氣)의 흐름과 음양의 불균형으로 진단한다. 인체의 에너지 순환이 막히거나 습열(濕熱), 담적(痰積), 기체(氣滯) 등의 병리가 생긴 것이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그 결과로 위장의 부담이 증가하여 음식물이 잘 내려가지 못하고 머무르는 것으로 본다. 예를 들어, 서양의학에서는 위 배출 장애를 일으키는 기능성 소화불량이 진단되면 이를 약물로 조절하거나 내시경적 수단을 통해 치료를 시도한다. 반면에 동양의학에서는 체질에 따라 위장을 따뜻하게 하거나 기를 소통시키는 한방 치료를 한다. 또 심장과 폐, 간, 신장 등의 메커니즘의 문제로 인식하고 위기(胃氣)를 회복시키는 방향으로 접근한다. 또한 체증을 단순히 위 문제로 한정하지 않는다. 내장의 연관 장부 기능과의 상호작용으로 보는 것이 동양의학의 특징이다. 그래서 위가 약한 사람이 스트레스나 피로, 계절 변화에 영향을 받을 경우 체증이 심화된다고 해석한다. 그런 경우, 내적인 정서 요인과 외적인 기후 요인을 함께 고려한 진단이 이루어진다. 이처럼 동일한 체증 증상이라도 원인을 해석하는 관점이 다르기 때문에 치료의 방향도 환자의 문화권이나 체질에 따라 다르게 적용되어야 한다.
■ 치료 접근법의 실질적 차이와 상호 보완 가능성
체증에 대한 치료 역시 동양의학과 서양의학은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서양의학은 주로 위산 억제제, 위장운동 촉진제, 항역류제, 제산제 등을 약물 중심으로 처방한다. 경우에 따라 내시경 수술이나 생활습관 조절 가이드를 제공한다. 그러나 이러한 약물은 일시적인 증상 완화에는 효과적이지만 부작용이 있다. 반복적으로 복용하게 되면 위산 분비 자체가 억제되어 장기적으로는 소화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화학적 약물로 위장 환경을 악화시키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반면 동양의학에서는 장기 복용에도 부담이 적은 한약제나 생약 등으로 소화기 기능을 회복시킨다. 또 기의 흐름을 원활하게 하는 침구치료나 복부지압, 약선식(藥膳食) 등을 활용하여 체증을 다스린다. 특히 한국, 중국, 일본 등 동양권에서는 환자의 체질, 증상 유형, 계절, 심리 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맞춤형 한방 치료를 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는 체증이 단지 물리적인 문제가 아닌 생활 전반의 균형에서 비롯된다는 철학에 기반한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 두 접근법을 상호 보완적으로 적용하는 통합의학적 시도도 증가하고 있다. 예를 들어, 위내시경 검사로 위염이나 역류성 식도염이 확인된 경우가 그렇다. 서양의학 치료를 병행하면서 위장 기능 회복이나 체질 개선을 위해 한방 치료를 병행하는 식이다. 실제로 환자의 증상과 문화적 배경, 식습관, 체질, 스트레스 수준에 따라 어느 한쪽에만 의존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적절하지 않을 수 있다. 환자의 상황에 맞는 동, 서의학의 융합 치료가 효과적일 수 있다. 특히 만성적인 체증이나 원인을 알 수 없는 복합 증상을 가진 환자라면 동서양의 치료법을 복합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회복 속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동양의학과 서양의학은 체증에 대해 서로 다른 해석과 치료법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각자의 장점을 살려 융합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필자가 베트남에서 서양인 체증환자 진료를 한 경험을 통해 보자면 융합치료가 효과적이었다. 동양인과 서양인의 체증은 원인은 다를 수 있지만 치료의 원리는 유사하다. 식습관과 체질, 생활환경에 맞는 관리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며 치료는 동, 서의학을 융합하는 것이 좋다. 따라서 반복되는 체증에는 원인을 명확히 파악하고 필요 시 동서양 치료법을 조화롭게 병행해 보는 것을 권장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