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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천수(需) 괘로 보는 체내 수분대사와 신장기능(수분정체, 부종, 이수삼습)의 이미지

     

    기다림 속의 순환과 수천수의 철학

    인체는 본질적으로 끊임없이 흐르는 존재이다. 혈액, 림프, 체액은 정지하지 않고 순환함으로써 생명을 유지한다. 그러나 이 순환이 어딘가에서 막히거나 흐름이 느려질 때, 몸은 무겁고 탁해지며 그 대표적인 신호가 바로 수분정체(水分停滯)와 부종(浮腫)이다. 부종은 단순한 미용상의 문제가 아니라, 신장()의 여과 기능 및 수분대사 전반의 불균형을 시사한다. 한의학에서는 이러한 현상을 단순히 물이 고였다로 설명하지 않는다. ()은 곧 기()의 흐름과 연관되며 기운이 막히면 물 또한 정체되어 몸의 균형이 깨진다고 본다.주역(周易)의 수천수() 괘는 이러한 인간의 생리적 순환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기다릴 수자로, 적절한 때를 기다리며 물이 하늘 아래 머무는 형상을 뜻한다. , 하늘()은 기운의 근원이며, ()은 그 기운이 형체로 응결된 결과이다. 이 괘가 주는 교훈은 때를 기다리되, 물이 머물러 있지 않게 하라는 것이다. 이는 곧 체내 수분대사(需之道)의 이치와도 맞닿아 있다.

    1. 수분대사와 수분정체

    수천수 괘는 하늘 위의 구름이 머무르며 비를 내릴 준비를 하는 형상이다. , 물은 머무르되 완전히 멈추지 않고, 적절한 시점에 흘러야 한다. 이것은 신장의 기능과 체내 수분순환을 그대로 상징한다. 신장은 수분을 저장하고 필요할 때 방출하여 체내 수분 균형을 조절한다. 그 기능이 약화될 경우, 체액이 정체되고 전신에 부종이 나타나게 된다. 황제내경(黃帝內經)에서는 腎主水(신주는 수)”라 하여, 신장이 곧 수분대사의 중심임을 명시하였다. 신장이 허약해지면 수액이 정체하여 하체가 붓고, 소변이 시원하지 않으며, 때로는 두통, 어지럼, 피로감이 동반된다. 이는 현대 의학적으로도 신장 기능 저하나 림프 순환 장애와 상통한다.

    2. 부종의 한의학적 병리

    한의학에서는 수분정체의 원인을 다음 세 가지로 본다. ()의 허약(健運失職) 음식물의 수습을 제대로 운화 하지 못하여 습이 정체함. ()의 기체(氣滯) 수분을 전신에 분포시키는 기능이 약해져 상체 부종이 나타남. ()의 허쇠(腎陽不足) 수분을 하초로 배설하지 못해 하체 부종이 지속됨. 이때 한의학적 치료의 기본 원칙은 이수삼습(利水滲濕)이다. ‘이수(利水)’란 수분의 흐름을 원활히 하여 노폐수를 배출하는 것이며, ‘삼습(滲濕)’은 체내에 머무는 습기를 건조시켜 순환을 돕는다는 뜻이다. , 이수삼습 요법은 체내 물길을 터주어 수분이 제자리를 찾아 순환하도록 돕는 치료 원리라 할 수 있다. 이는 수천수 괘의 때를 기다리되, 흐름을 잃지 말라는 뜻과 정확히 일치한다.

    3.이수삼습의 치료원리

    수분대사 치료는 이수삼습(利水滲濕)’을 핵심으로 한다. , 물길을 터주고, ()을 배출하여 순환을 회복시키는 것이다. 치료 원칙은 첫째, 이수(利水) 신장의 기능을 강화하여 노폐 수분 배출을 촉진한다. 둘째, 삼습(滲濕) 체내에 정체된 습기를 없애 부종 완화한다. 셋째, 건비(健脾) 수분이 과다하게 정체되지 않도록 소화기 기능 강화를 한다. 넷재, 통기활혈(通氣活血) 혈액순환을 도와 부종 재발을 방지한다. 이를 위해 한약, , 부항, , 등의 복합요법이 사용된다. 대표적인 처방으로는 오령산(五苓散), 저령탕(猪苓湯), 복령피탕(茯苓皮湯) 등이 있으며, 체질과 증상에 따라 조제된다.

    괘상주역 임상사례

    42세의 덴마크 여성이  전신 부종 및 수분정체로 내원했다. 그녀는 최근 3개월간 지속적인 전신 부종을 호소하였다. 아침에는 얼굴이 붓고 오후에는 다리가 무거워 신발을 신기 어려웠다. 소변량이 감소하고 피로감이 심하였다. 현대의학적 검사에서는 신장 수치가 경계선에 머물러 있었고, 한의학적으로는 비신양허형(脾腎陽虛型)으로 진단되었다. 궤상주역으로 보면 수천수괘로 수분대사의 수괘와 폐의 기능이 저하되며  호괘로 보면 심장과 방광의 어긋남으로 인해 수분대사가 심각한 상태였다.

    치료는 이수삼습을 기본으로 하여, 보신(補腎)과 건비(健脾)를 병행하였다. 한약은 오령산(五苓散) 변방에 복령피(茯苓皮), 택사(澤瀉), 저령(猪苓)을 가미하여 수분의 배출을 도왔다. 맥산침법으로 침치료는 신장과 심장, 비장을 강화하고 족삼리, 수분혈, 신수혈을 위주로 시행하였다. 3주 6회 침치료 후 부종이 현저히 감소했다. 오후의 다리 무거움이 소실되었으며, 소변량과 수면 상태가 개선되었다. 한 달 뒤 체중이 1.5kg 감소하였고, 신장 수치 또한 안정화되었다.

    이 사례는 수천수의 기다림 속 순환원리가 인체의 수분대사 회복 과정과 어떻게 상통하는지를 보여준다. , 억지로 수분을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신장의 근본적인 회복과 순환의 조화를 이루었을 때 진정한 이수(利水)’가 실현된다는 것이다. 괘상주역으로 보면 상괘의 수괘가 하괘의 천괘 위에서 작용을 하지 못하고 지루하게 기다리는 것을 나타낸다. 이런 경우는 수괘를 움직이는 신장과 폐를 도와주는 비장의 기운을 강화하여 수분대사를 활성화시켜야 하는 원리가 적용된다.

    때를 기다림은 곧 흐름을 잃지 않는 것

    인체의 수분대사는 항상성을 유지하는 것을 의미한다. 물이 제자리를 지켜 흐를 때 생명은 유지되고 정체될 때 병이 발생한다. 오늘날 부종과 수분정체는 신장 기능 저하, 대사 불균형, 정서적 긴장 등 복합적 원인에서 비롯된다. 따라서 단순히 염분을 줄이거나 이뇨제를 복용하는 것으로는 근본적인 개선이 어렵다. 한의학적 치료는 이수삼습의 원리에 따라 신장의 기운을 돕고, 비위의 운화를 회복하며, 기혈의 순환을 조화시킨다. 주역需有孚, 光亨貞, (믿음으로 기다리면 밝고 형통하다)”는 구절은 몸의 치유 과정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무리하지 않고 자연의 흐름에 따라 순환을 되찾을 때, 몸은 스스로의 질서를 회복한다. 결국 수천수 괘가 전하는 가르침은 단순한 철학이 아니다. 그것은 몸속의 물이 제 흐름을 되찾는 치유의 법칙, 곧 수분대사의 본연한 리듬을 회복하는 지혜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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