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염은 일시적인 위점막 자극으로 생기는 흔한 질환이다. 비교적 가볍게 여겨지는 경우가 많다. 반면, 위암은 생명을 위협하는 심각한 질환임에도 초기에 뚜렷한 증상이 없어 종종 위염과 혼동된다. 특히 40대 이후부터는 증상의 미묘한 차이를 간과해 조기 진단 시기를 놓치는 일이 흔하다. 속쓰림, 더부룩함, 식욕부진 등 위장 관련 증상은 위염과 위암 모두에서 나타날 수 있으나, 그 뿌리는 전혀 다르다. 그렇다면 두 질환은 과연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 이 글에서는 위염과 위암 초기의 결정적인 차이, 의미 있는 체중 감소, 그리고 가족력과의 연관성에 초점을 맞추어 실질적인 구별법을 제시하고자 한다.
■ 결정적인 차이는 '지속성과 반응'에 있다
위염과 위암 초기증상의 결정적인 차이는 바로 증상의 '지속성'과 '치료 반응성'에서 나타난다. 위염은 보통 식습관이나 스트레스 변화에 따라 증상이 유동적으로 발생하며, 식이요법이나 제산제, 한약 등으로 비교적 빠르게 호전되는 경우가 많다. 반면 위암의 경우, 동일한 증상이 몇 주 이상 지속되며 약물 치료에도 반응이 미미하거나 전혀 개선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또한 위염은 공복 시나 과식 후에 일시적인 통증이나 불편감으로 나타나지만, 위암은 식사량과 관계없이 지속적인 더부룩함, 조기 포만감, 오심 등의 증상이 점진적으로 심화된다. 특히 체한 듯한 느낌이 장기간 지속되고 통증이 깊고 무딘 양상으로 변화하며, 수면 중에도 불쾌감을 느끼는 경우에는 위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결국 위염은 환경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일시적 증상’인 반면, 위암은 그 어떤 조치에도 쉽게 사라지지 않는 ‘침묵의 병’으로 다가온다.
■ 체중 감소, 말 없는 경고를 주목하라
위염이 아무리 심해도 보통은 식사량의 조절을 통해 관리가 가능하다. 급격한 체중 변화는 드물다. 그러나 위암 초기에는 특별한 이유 없이 점진적인 체중 감소가 나타나는 것이 중요한 단서다. 체중이 3개월 이상 지속적으로 감소하며 5kg 이상 줄었다면, 이는 단순한 소화 불량이 아닌 대사 기능 이상을 암시할 수 있다. 위암 환자의 경우, 종양으로 인해 위의 용적이 줄고 음식물이 제대로 흡수되지 않으며, 이로 인해 식욕 부진과 에너지 소모가 병행되어 체중이 빠진다. 반면 위염은 식사 자체의 불편함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식사량이 줄 수 있지만, 이내 회복되거나 조절이 가능하다. 실제 임상에서 만성 위염이라 생각하고 방치하던 환자가, 미묘한 체중 감소와 함께 위내시경 검사에서 조기 위암을 발견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원인 없이 지속되는 체중 변화는, 단순한 다이어트 효과로 치부하지 말고 위암 감별을 위한 정밀 검진의 신호로 인식해야 한다.
■ 가족력이 있다면 위험군이라는 인식을 가져야
위암은 환경적 요인도 중요하지만, 유전적 요인 또한 무시할 수 없다. 특히 직계 가족 중에 위암 진단을 받은 이력이 있다면, 본인도 고위험군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가족력이 있는 경우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감염률도 높은 편이며, 이 균은 위점막을 만성적으로 자극하여 위축성 위염이나 장상피화생 등의 전암성 병변으로 진행시킨다. 이런 변화는 초기에는 별다른 증상이 없지만, 시간이 지나며 위암의 토대가 되는 병리 구조로 자리잡는다. 따라서 부모, 형제 중 위암 환자가 있었다면 특별한 증상이 없어도 1~2년에 한 번은 정기적인 내시경 검사를 받는 것이 권고된다. 더불어 가족력이 있는 사람은 위염 증상이 나타났을 때 이를 일시적이라 넘기지 말고, 의심의 눈초리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유전적 경향은 피할 수 없는 요소이지만, 주기적인 관리와 적극적인 검진으로 그 가능성을 충분히 낮출 수 있다. 가족력은 미래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경고이자 준비의 신호이다.
위염과 위암 초기증상은 겉으로 보기엔 유사하나, 그 뿌리와 진행 양상은 전혀 다르다. 결정적인 차이는 증상의 지속성과 치료 반응에서 드러나며, 체중 감소와 같은 전신적 변화가 동반된다면 위암 가능성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또한 가족력은 무증상 상태에서도 검진을 촉구하는 중요한 요인이 된다. 단순한 속쓰림이라 넘기기 전에, 위염이 맞는지 확인하는 습관은 자신을 지키는 가장 현명한 선택이다. 위염으로 생각했던 증상이 어느 날 경고음으로 바뀌기 전에, 몸의 신호를 귀 기울여 듣고 대응하는 지혜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