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췌장 기능이 약할 때, 영양제는 득일까 실일까
췌장은 단백질과 지방, 탄수화물을 분해하는 중요한 소화기관이다. 그러나 급성 혹은 만성 췌장염이 발생하면 효소 분비가 떨어져 영양 흡수가 어려워진다. 식사를 조금만 해도 복통이나 팽만감을 느끼는 환자들이 많으며, 체중이 급격히 감소하기도 한다. 이러한 이유로 많은 환자들이 **‘췌장염 영양제’**에 관심을 가진다. 하지만 모든 영양제가 췌장에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다. 소화가 어렵거나 췌장에 부담을 줄 수 있는 성분은 오히려 회복을 지연시킨다. 특히 지방 용해가 어려운 상태에서는 지용성 비타민과 고농축 오메가3를 그대로 섭취할 경우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따라서 췌장염 환자는 ‘흡수 가능한 형태’와 ‘췌장 부담이 적은 조합’을 기준으로 영양제를 선택해야 한다. 이번 글에서는 비타민D, 오메가3, 보충영양제의 올바른 선택 기준을 중심으로 살펴본다.
✅ 비타민D — 결핍이 흔하지만, 흡수율이 관건
췌장염 환자에게 비타민D는 필수적이다. 췌장이 손상되면 지방 흡수력이 떨어져 지용성 비타민(A, D, E, K)의 흡수가 함께 저하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만성 췌장염 환자의 70% 이상에서 비타민D 결핍이 관찰된다는 연구가 있다. 비타민D는 면역 기능을 강화하고, 뼈 건강과 혈당 조절에도 관여한다. 그러나 일반적인 ‘캡슐형 비타민D’는 흡수를 위해 담즙과 효소가 필요하므로, 췌장염 환자에게는 흡수율이 떨어질 수 있다. 이때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은 수용성(수용화) 형태의 비타민D이다. 수용성 비타민D는 물에 녹아 흡수가 용이하며, 지방 분해 효소의 도움 없이도 체내로 흡수된다. 또한 비타민D 보충 시에는 혈중 25(OH)D 농도 검사를 통해 현재 수치를 확인하고, 결핍 정도에 따라 용량을 조절하는 것이 안전하다. 과잉 복용은 오히려 혈중 칼슘 수치를 높여 신장에 부담을 줄 수 있으므로, 전문의의 지도하에 1000~2000IU/day 정도로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오메가3 — 염증 조절에는 유익하지만, 형태가 중요하다
오메가3는 염증 반응을 조절하고 혈액순환을 개선하는 대표적인 지방산으로 알려져 있다. 췌장염의 주요 원인 중 하나가 염증이므로, 오메가3는 이론적으로 매우 유익하다. 그러나 문제는 ‘지방 형태’에 있다. 장염 환자의 경우 지방 소화 능력이 저하되어 있기 때문에, 일반적인 트리글리세라이드(TG)형 오메가3를 복용하면 소화 불량이나 복통이 생길 수 있다. 따라서 리포좀형 오메가3 혹은 에틸에스터(EE)형보다 흡수율이 높은 rTG형 오메가3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이 형태는 소화 효소의 부담 없이 흡수되며, 췌장에 자극을 주지 않는다. 하루 1000mg 정도의 EPA+DHA 복합량을 기준으로 섭취하되, 공복보다는 식후에 소량으로 나누어 복용하는 것이 좋다. 또한 생선기름 알러지나 지방 흡수 장애가 심한 환자는, 오메가3 대신 식물성 오메가(ALA) 형태로 대체할 수도 있다.
✅ 보충영양 — 췌장에 부담을 줄이지 않으면서 에너지를 채우는 법
췌장염 환자는 음식 섭취량이 줄어들어 단백질, 비타민, 미네랄 모두 부족해지기 쉽다. 따라서 일반 식사로 채워지지 않는 부분은 보충영양제를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하지만 단백질 보충제나 고지방 영양 음료는 췌장에 과부하를 줄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췌장염 환자에게 권장되는 보충영양제의 형태는 다음과 같다.가수분해 단백질(hydrolyzed protein): 이미 분해된 형태로 흡수가 빠르고 췌장 효소 부담이 적다. MCT(중쇄지방산): 일반 지방보다 흡수가 쉬우며, 담즙과 효소의 도움 없이 에너지원으로 바로 이용된다. 멀티비타민·미네랄제: 수용성 비타민(B, C)은 흡수에 문제가 적고, 만성 염증 억제에도 도움을 준다. 특히 체중이 급격히 줄거나 식사 섭취가 어려운 경우, ‘의료용 영양 보충식(Medical Nutrition)’ 제품을 소량씩 나누어 섭취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다만 자가 선택보다는 의사나 영양사의 조언 아래 맞춤 구성을 해야 한다.
흡수 가능한 형태로, 췌장을 쉬게 하는 선택이 핵심
췌장염 환자에게 영양제는 ‘보조 치료’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영양 상태가 회복되어야 췌장 조직의 재생이 촉진되고, 재발 위험도 줄어든다. 그러나 핵심은 얼마나 흡수되느냐’에 있다. 비타민D는 수용성 형태로, 오메가3는 rTG형 또는 리포좀형으로, 보충영양은 MCT와 가수분해 단백질로 구성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또한 모든 영양제는 소량으로 시작하고, 식후에 나누어 복용하며, 상태 변화에 따라 용량을 조절해야 한다. 췌장은 ‘소화의 중심기관’이자 ‘몸의 엔진’이다. 이 기관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과잉 영양보다 흡수 친화적 영양 관리가 중요하다. 올바른 영양제 선택은 췌장을 쉬게 하면서도 몸의 회복력을 키우는 지름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