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염은 누구에게나 일시적으로 찾아올 수 있는 소화기 이상 증상이다. 하지만 그 원인 중에 감염성 질환이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은 간과되기 쉽다. 특히 전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이 보균자로 추정되는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Helicobacter pylori), 일명 헬리코박터균은 위염의 만성화와 위궤양, 심지어 위암으로의 진행에 이르기까지 깊은 연관을 맺고 있다. 이 균은 강산 환경 속에서도 생존 가능한 독특한 특성을 가지고 있으며, 감염 시 위점막을 지속적으로 자극하고 염증을 유발함으로써 평범한 위염증상을 더 오래 더 깊게 만든다. 이 글에서는 감염 시 나타나는 특징적인 증상과 진단 절차, 치료 전략까지 총체적으로 살펴본다.
■ 헬리코박터균 감염 시 위염증상의 특징적 양상
일반적인 위염은 과식이나 자극적 음식에 따른 일시적 속쓰림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0 헬리코박터균 감염에 의한 위염은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인다. 가장 두드러지는 위염증상은 공복 시 명치 부위의 묵직한 통증, 반복되는 속쓰림, 만성적인 트림과 더부룩함이다. 특히 식후보다는 공복에 심해지는 위통은 헬리코박터 감염의 단서가 된다. 또한 입냄새, 식욕 저하, 소화불량 증상이 몇 주 이상 지속되며, 소화제나 제산제에도 일시적 효과만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이러한 증상이 반복되거나 가족력이 있을 경우, 단순 위염이 아닌 감염성 위염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더불어 일부 환자들은 피부 트러블이나 피로감과 같은 전신 증상을 호소하기도 하며, 이는 장내 미생물 균형의 붕괴와 관련되어 있다. 헬리코박터균은 위점막을 파괴하고 방어기전을 무력화시켜 위산에 대한 노출을 증가시키므로, 시간이 지나며 위축성 위염이나 미란성 위염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 정확한 진단과 감염 여부 확인 절차
헬리코박터 감염은 외형상으로는 일반 위염과 감별이 어렵다. 그래서 반드시 정밀한 진단 검사를 통해 판별해야 한다. 가장 일반적인 진단법은 내시경을 통한 위 점막 생검 검사이며, 동시에 요소분해효소(Urease) 검사로 헬리코박터의 존재 여부를 확인한다. 이 외에도 요소호기검사(UBT), 혈액검사, 대변항원검사 등의 비침습적 방법이 있으며, 각각의 장단점과 정확도를 고려해 환자 상태에 따라 선택하게 된다. 내시경 소견상 위 점막에 붉은 반점이나 위축된 흔적이 있다면 헬리코박터균 감염을 강하게 의심해야 한다. 진단 결과 양성으로 나올 경우, 즉시 제균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진단이 늦어질수록 위 점막의 손상 정도는 깊어지고, 위궤양이나 위암으로의 이행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헬리코박터 감염은 보균 상태로 수년간 지속될 수 있으나, 이를 방치하는 것은 위장 건강에 매우 치명적인 선택이 될 수 있다. 조기 진단은 예방뿐만 아니라 향후 치료 비용 및 예후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 제균치료의 전략과 주의사항
진단이 확정되면 즉시 시행되는 것이 1차 제균치료이다. 이 치료는 보통 두 가지 이상의 항생제와 위산억제제를 함께 복용하는 방식으로 2주간 진행되며, 감염률이 높아 1차 치료로 완치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1차 제균 실패 시에는 내성 여부를 확인한 후 2차 약제를 조합해 추가로 치료하게 된다. 치료 중에는 금주, 금연은 필수이며, 위산을 자극하는 음식(카페인, 산성 과일, 튀김류) 역시 철저히 피해야 한다. 치료 후에도 일정 기간 동안 위점막 보호와 위산 분비 억제를 위해 위장약 복용을 지속하게 된다. 헬리코박터균의 제균치료는 단순한 박멸이 아니라, 향후 위염 재발과 위암 발병률을 낮추는 목적까지 포함하므로 꾸준한 추적 관리가 병행되어야 한다. 특히 가족 중 감염자가 있을 경우 공동 감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가족 검사와 위생관리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치료 후 4~8주 사이에 재검사를 통해 제균 성공 여부를 확인하며, 이때 음성으로 확인되면 위장 점막은 점차 정상화되는 경과를 밟게 된다. 올바른 치료와 관리로 헬리코박터균을 제거한다면, 위염은 물론 위암의 위험까지 현저히 낮출 수 있다.
헬리코박터균은 침묵 속에 위장을 공격하는 ‘조용한 침입자’라 할 수 있다. 자각하기 어려운 위염증상이 반복되거나 소화제의 효과가 떨어진다면, 단순 위염이 아닌 헬리코박터균 감염 여부를 반드시 확인해보아야 한다. 현대의학은 이 균에 대해 빠른 제균치료 프로토콜을 확보하고 있으며, 정밀한 진단 체계와 함께 위장 건강을 지킬 수 있는 길을 마련하고 있다. 위장 건강은 단기적인 회복이 아닌 장기적인 전략이 필요하다. 헬리코박터균은 그 전략의 출발점이라 할 수 있다. 위장건강을 위해서는 지금의 불편함을 무심히 넘기지 말아야 한다. 건강한 소화기 시스템을 위해 철저한 예방과 치료를 실천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