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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復)’의 의미, 잃은 기운을 되돌리다
《주역(周易)》 24번째 괘인 지뢰복(地雷復)은 “되돌아옴”을 뜻한다. 하늘의 이치는 순환이며, 모든 생명은 사라짐과 회복을 반복한다. 복괘는 음양의 순환 중 양(陽)이 다시 돌아오는 시점을 상징한다. 겨울의 끝, 땅속에서 새로운 생명이 움트듯, 복괘는 쇠한 기운이 다시 살아나는 변화의 출발점이다. 한의학적으로 복괘는 ‘정기(精氣)’의 회복, 즉 생명력의 근원이 다시 충만해지는 상태를 상징한다. 정기란 인체의 생명 에너지이며, 생식기능과 원기(元氣)의 중심축이 된다. 따라서 복괘의 뜻을 인체에 적용하면, 쇠약해진 정기와 생식 기능이 되살아나는 회복의 시기로 해석할 수 있다.
1. 정기 회복의 원리
복괘는 아래에 진(震: 雷)이 있고 위에 곤(坤: 地)이 놓인 형상이다. 이는 지속된 음의 기운(坤) 속에서 양의 씨앗(震)이 움트는 형상이다. 쉽게 말하면, 냉하고 정체된 상태에서 따뜻한 생명력이 깨어나는 것이다. 이 구조는 인체로 보면 하초(下焦)—즉 신장과 생식기의 영역—에 해당한다. 신장이 허하고 한기(寒氣)가 침입하면 남성은 양기저하와 정력감퇴, 여성은 생리불순과 냉대하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복괘의 핵심은 바로 이 ‘한 가운데서 양이 되살아나는 과정’, 즉 정기의 부활을 뜻한다. 주역에서는 이를 “일양이 돌아와 천지의 도가 다시 시작된다(一陽來復, 天地之道也)”라 한다. 이 문장은 곧 ‘쇠진한 정기가 회복되고 원기가 다시 순환하기 시작한다는 인체의 자연 회복력을 상징한다.
2. 생식과 생리적 의미
양기 회복은 냉(冷)으로 인한 순환 저하를 풀고 따뜻한 기운을 회복한다. 정수(精水) 보충은 신장의 정수를 보(補)하여 생식세포의 활성을 높인다. 기혈 순환 개선은 생식기 주변의 혈류를 원활히 하여 기능 회복을 돕는다. 이처럼 복괘는 단순한 상징이 아니라, 인체의 회복 리듬과 정기 순환을 설명하는 자연의 법칙이라 할 수 있다. 생식과 생리적 의미도 이와 같은 신장기능 강화와 기혈순환 개선으로 연결된다. 처방으로는 보신익정(補腎益精)은 신장의 정수를 보하여 생식능력을 강화한다. 대표 처방은 육미지황환, 팔미환, 우귀환 등이다. 온양산한(溫陽散寒은: 냉증으로 약해진 하초를 따뜻하게 하여 양기의 순환을 도모한다. 대표 약재는 육계, 부자, 인삼, 녹용 등이다.
3. 원기회복과 정기보강의 의미
정기는 인체의 근본 에너지이자, 생식기능의 원천이다. 한의학에서는 “정이 충실하면 신이 밝다(精滿神旺)”고 하여, 정기의 충실함이 곧 생명력과 정신력의 근간이 된다고 본다. 복괘의 시점은 이 정기를 다시 채워야 하는 ‘회복기’에 해당한다. 이 시기에는 다음과 같은 원칙으로 정기보강을 시행한다. 처방으로는 조기활혈(調氣活血은: 정체된 기혈을 소통시켜 생식기 주변의 활력을 되살린다. 대표 약재는 당귀, 천궁, 오미자 등 이와 함께 복괘의 철학적 원리인 ‘돌아옴의 시기에는 무리하지 않는다’는 가르침에 따라 신체 회복기에는 충분한 휴식과 절제된 생활 습관이 병행되어야 한다.
괘상주역 임상사례
베트남인 40대 후반의 남성이 만성피로 및 성기능 저하로 내원했다. 그는 수면의 질이 떨어지고, 하초의 냉감과 함께 성욕 감퇴를 호소했다. 신양허(腎陽虛)로 판단되었다. 괘상주역을 한 결과는 지뢰복괘가 나왔다. 이는 ‘일양이 회복되는 시기’를 나타내며 양기강화를 집중적으로 해야 한다는 것을 나타냈다. 처방으로는 먼저 맥산침법으로 전립선과 신장을 강화하였고 맥산처방으로 부자, 육계, 인삼 중심의 온보신양 처방으로 양기 회복을 도모했다. 만성피로감이 어느 정도 줄어들고 나서는 육미지황환 가미방으로 정기 보충을 병행하였다. 두 달 후, 피로감이 감소하고 수면이 깊어지며, 성기능이 현저히 개선되었다.
복괘의 지혜, 회복의 시작을 열다
지뢰복(復)은 단순히 “되돌아온다”는 의미를 넘어, 자연의 회복 리듬과 생명의 재생력을 상징한다. 한의학적으로 이는 정기보강과 생식기능 회복의 근본 원리와 직결된다. 정기가 소모된 후에는 반드시 ‘복(復)’의 시간이 필요하며, 이 시기를 잘 활용할 때 신체는 새롭게 충전된다. 결국 복괘는 이렇게 우리에게 말한다. “쇠한 기운도 돌아올 때가 있다. 생명의 근원은 스스로 회복을 안다.” 정기를 회복하는 것은 단지 생식기능의 문제가 아니라, 삶의 활력과 정신의 회복이다. 따라서 복괘의 가르침을 따라, 절제와 순환 속에서 기운을 되찾는다면 우리 몸은 다시금 봄의 생명력처럼 자연스러운 회복의 길을 걸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