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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에 구멍이 생기는 대장천공은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응급질환이다. 그 발생은 갑작스럽고, 증상은 흔히 복통이나 메스꺼움 같은 평범한 소화기 장애로 오해되기 쉽다. 그러나 이때 적절한 판단과 즉시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복막염으로 빠르게 진행되어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대장천공은 장의 벽이 찢어지거나 터지며 장내 내용물이 복강으로 유출되는 현상으로, 병원성 세균과 독소가 복막을 자극해 전신염증 반응을 일으킨다. 이 글에서는 대장천공의 특징적 징후를 조기에 포착하고, 올바른 응급처치 방식과 이후의 치료 과정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고자 한다.
■ 대장천공이 발생했을 때 나타나는 증상과 복막염의 위험
대장천공의 가장 초기 징후는 ‘복부에 칼로 찌르는 듯한 통증’이다. 환자에 따라 위치는 다르지만, 주로 하복부나 측복부에 극심한 통증이 갑작스럽게 시작된다. 통증은 시간이 지나면서 복부 전체로 퍼지고, 움직일수록 통증이 악화되며 복부가 단단하게 경직된다. 이는 장 내용물이 복강으로 유출되어 복막을 자극하면서 생기는 ‘복막염’의 전형적 증상이다. 동시에 구토, 오한, 고열, 빠른 맥박 등의 전신 증상이 동반될 수 있으며, 이 경우 이미 전신 염증 반응증후군(SIRS)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간혹 일부 환자는 약한 통증만 호소하거나 복통이 일시적으로 사라지기도 하는데, 이는 복막이 마비되어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상태로 절대 안심해서는 안 된다. 복막염은 시간에 따라 진행 속도가 매우 빠르기 때문에, 증상이 의심될 경우 병원 방문을 지체해서는 안 된다.
■ 응급처치의 핵심: 복부압력 최소화와 체온 유지
대장천공이 의심될 때 가장 중요한 응급처치 원칙은 복부에 불필요한 자극을 피하고 장기 손상을 악화시키지 않는 것이다. 우선 환자를 가능한 한 평평한 자세로 눕히고, 무릎을 살짝 굽힌 채로 복부에 힘이 들어가지 않도록 한다. 이때 물이나 음식물 섭취는 절대 금지이며, 복부를 마사지하거나 트림, 변을 시도하는 등의 행위도 위험하다. 즉시 119에 연락하거나, 환자가 말할 수 있는 상태라면 주요 증상—복통, 발열, 오한, 복부 단단함—을 설명하도록 한다. 병원 이송 전까지는 체온 유지가 중요하므로 담요나 얇은 천으로 환자를 덮어 저체온을 방지해야 한다. 간혹 복부팽만이 위장 질환으로 오인될 수 있으므로, 기존의 궤양이나 염증성 장질환 병력이 있다면 응급구조사 또는 의료진에게 반드시 전달해야 한다. 복막염으로의 전이가 시작되면 생명 유지 장치와 수술이 동시에 필요할 수 있기에, 이송 시간 단축이 생명을 결정짓는 변수가 된다.
■ 병원에서의 치료 흐름과 예후 판단 기준
응급실 도착 후 의료진은 즉시 복부 엑스레이나 CT 촬영을 통해 대장천공 여부를 진단하며, 천공이 확인되면 수술적 봉합이나 장 절제술이 시행된다. 동시에 광범위 항생제를 투여해 복막염 진행을 막고, 필요시 인공호흡기나 수액요법이 병행된다. 상태에 따라 복강 내 세척이나 배액관 삽입도 함께 시행된다. 예후는 천공 발생 후 병원 도착까지의 시간과, 환자의 나이 및 기저질환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6시간 이내의 빠른 응급수술은 회복 가능성을 높이지만, 12시간 이상 경과할 경우 사망률이 급증한다. 특히 당뇨, 심장질환, 면역저하 상태에 있는 환자는 조기 대응이 더욱 절실하다. 수술 후에도 최소 5~10일간의 집중 치료와 항생제 유지가 필요하며, 이후 장내 유착이나 감염 합병증 가능성을 정기적으로 관찰해야 한다. 즉, 대장천공은 생존을 위한 속도전이며, 올바른 초기 대처가 곧 회복의 열쇠가 된다.
대장천공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으며, 초기에는 단순한 소화불량으로 오해받기 쉽다. 하지만 칼 같은 복통, 급격한 복부 팽만, 발열과 오한이 동반된다면 단순 장염이 아니라 대장천공을 의심해야 한다. 이때 빠른 응급처치와 이송이 생명을 구하는 결정적인 순간이 된다. 복막염은 예고 없이 진행되고, 환자의 체력이 약할수록 예후는 불리하다. 중요한 것은 병원에서의 고난도 수술 이전에, 우리 스스로 대처할 수 있는 응급 인식이다. 위급 상황에서 지식은 무기가 된다. 오늘 이 글이 누군가의 생명을 지키는 실질적인 길잡이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