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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2. 뇌풍항괘로 본 장기적 만성질환 대응법(장기치료, 지속, 만성질환)의 이미지

    만성질환은 왜 ()’어야 하는가

    만성질환은 단기간의 치료로 해결되지 않는다. 고혈압, 당뇨, 퇴행성 관절염, 자가면역질환 등 대부분의 만성질환은 수년, 때로는 평생에 걸친 관리와 장기치료를 요구한다. 이 과정에서 환자들이 가장 흔히 겪는 어려움은 의지의 소진이다. 처음에는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지치고, 중단과 재발을 반복하게 된다. 이 지점에서 주역의 뇌풍항(雷風恆) 괘는 중요한 통찰을 제공한다.

    ()오래도록 지속함’, ‘흔들리지 않는 꾸준함을 뜻한다. 위에는 우레(), 아래에는 바람()이 놓여 있다. 천둥은 순간적으로 강하지만, 바람은 쉬지 않고 움직인다. 즉 항괘는 강한 결단과 더불어 흔들림 없는 지속성을 상징한다. 이는 곧 만성질환 대응에서 가장 중요한 태도와 정확히 맞닿아 있다. 만성질환의 관리란 단기간의 전투가 아니라, 긴 호흡의 생활 관리이며 습관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항괘가 말하는 만성질환 장기치료의 원리

    항괘의 핵심은 변하지 않음이 아니다. 변화 속에서도 끊임없이 이어가는 힘이다. 만성질환의 치료 역시 동일하다. 치료법은 바뀔 수 있고, 약은 조정될 수 있으며, 컨디션도 오르내릴 수 있다. 그러나 치료의 큰 방향과 생활 관리의 원칙만큼은 흔들림 없이 유지되어야 한다.

    첫째, 장기치료는 완치보다 관리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많은 환자들이 언제쯤 약을 끊을 수 있습니까?”라는 질문부터 던진다. 그러나 만성질환은 완치의 개념이 아니라, 조절과 안정의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 항괘에서 말하는 지속은 결과에 집착하지 않는다. 과정 자체를 끊임없이 이어가는 태도를 의미한다.

    둘째, 생활습관의 지속성이 치료의 절반 이상을 좌우한다. 약물치료는 기본 골격이지만, 수면, 식이, 운동, 스트레스 관리가 무너지면 아무리 좋은 약도 제 기능을 발휘하기 어렵다. 항괘의 바람은 보이지 않지만 멈추지 않고 흐른다. 이처럼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일상의 작은 습관들이 만성질환의 예후를 결정짓는다.

    셋째, 조급함은 항괘의 가장 큰 적이다. 만성질환 환자들은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는 과정에서 쉽게 실망하게 된다. 수치가 조금 좋아졌을 때는 방심하고, 다시 나빠지면 치료 자체를 포기해버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러나 항괘는 잠시의 변화에 마음을 빼앗기지 말고, 큰 흐름을 보라고 말한다.

    괘상주역 임상사례

    50대 후반의 스페인 남성은 10년 이상 당뇨와 고혈압을 동시에 앓고 있었다. 초기에는 약물 복용과 식이조절을 비교적 잘 지켰다고 했다. 그러나 몇 차례 수치가 안정되자 이제 좀 괜찮다는 생각으로 약 복용을 자주 빼먹기 시작했다. 이후 혈당과 혈압이 다시 급격히 상승했고, 어지럼증과 하지 저림 증상까지 동반되었다.

    필자는 그에게 단기 수치 변화가 아닌 지속 가능한 관리라는 관점을 강조하였다. 약물 복용 시간을 생활 리듬에 맞춰 루틴으로 지키도록 했다. 무리한 운동 대신 매일 30분 걷기를 꾸준히 유지하도록 지도하였다. 또한 한 달 단위의 소목표를 설정하여, 수치 변화보다 실천 유지 여부를 먼저 점검했다. 6개월이 지난 현재, 혈당과 혈압은 큰 변동 없이 안정권을 유지하고 있으며, 무엇보다 환자 스스로가 치료를 버텨야 할 고통이 아닌 생활의 일부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이는 항괘가 말하는 지속의 힘이 임상에서 그대로 드러난 사례라 할 수 있다.

    만성질환 대응의 최종 해답은 지속에 있다

    뇌풍항()은 화려한 변화의 괘가 아니다. 그러나 만성질환이라는 현실 앞에서 항괘만큼 현실적인 지혜를 담은 괘도 드물다. 만성질환은 빠른 결단보다 오래 버티는 힘, 즉 장기치료와 지속 관리가 핵심이다. 오늘 하루의 노력은 미미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그 하루가 쌓여 1년이 되고, 10년이 된다.

    결국 만성질환 관리의 성패를 가르는 것은 치료 기술이 아니라 생활의 태도라 할 수 있다. 항괘가 말하듯, 천둥 같은 결심은 순간적일 수 있으나, 바람 같은 실천은 멈추지 말아야 한다. 약을 꾸준히 복용하는 것, 식단을 반복해서 지키는 것, 운동을 과하지 않게 지속하는 것, 이 평범한 반복들이야말로 만성질환 대응의 가장 강력한 무기다.

    장기치료는 인내의 문제이며, 만성질환은 끈기의 시험대이다. 그리고 그 해답은 이미 오래전 항괘가 우리에게 조용히 일러주고 있다. “바뀌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멈추지 말라.” 이것이 곧 만성질환을 다루는 가장 현실적인 철학이자, 오래 사는 몸을 만드는 가장 확실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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