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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수송(訟)괘와 자가면역질환의 한의학적 이해(면역 이상, 내적 충돌, 염증)의 이미지

     

    내적 갈등으로서의 면역 이상

    인체는 끊임없는 상호작용 속에서 생명활동을 유지한다. 세포와 조직, 장기와 면역계가 서로를 인식하고 조화롭게 협력할 때, 우리는 건강이라 부르는 평형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그러나 그 균형이 깨지는 순간, 내부에서는 마치 자신을 향한 소송()’이 일어나는 듯한 충돌이 발생한다주역(周易) 64괘 중 천수송(天水訟)은 하늘()과 물()이 서로 엇갈려 마주치는 괘로, ‘하늘은 위로 오르고, 물은 아래로 흐르나 그 방향이 합하지 못하는상을 의미한다. , 서로의 뜻이 어긋나 다툼이 생기는 형국이다. ()은 단순한 재판이나 싸움이 아니라, 원래 하나였던 존재가 내적으로 분열되어 갈등을 빚는 상태를 비유한다이 관점에서 자가면역질환을 바라보면 그 의미가 뚜렷해진다. 면역계는 본래 외부의 침입자로부터 신체를 보호하는 수호자이지만, 어떤 이유로든 그 판단이 흐려지면 스스로를 적으로 간주하여 공격하기 시작한다. 이는 곧 내가 나를 고소하는()의 상황, 즉 천수송괘의 상징과 정확히 맞물린다.

    1. 면역이상

    천수송괘는 위로는 건(), 아래로는 감()이 자리한다. 건은 강건하고 상승하려는 성질을 지니며, 감은 함입(陷入)하고 하강하려는 속성을 가진다. 두 힘이 서로 반대의 방향으로 작용하므로, 필연적으로 부딪힘이 발생한다. 이는 인간 내면에서 이성()과 감정()이 충돌할 때의 구조와도 같다면역계의 이상 또한 이와 유사하다. 본래 외부를 향해야 할 방어의 기제가 내부로 향하며, ‘자기비자기의 구분이 흐려진다. , 면역계의 상하(上下) 불통, 곧 하늘과 물의 흐름이 어긋난 상태라 할 수 있다. 괘상주역으로 보면 건괘의 폐와 수괘의 신장이 서로 따로 놀면 면역이상을 나타낸다. 특히 폐와 신장의 기능은 면역과 필연적으로 관련이 되어 있다. 건선과 아토피, 결절성양진증 등 대부분 피부병이 이 천수송 괘의 면역이상을 나타낸다. 필자는 이 괘상으로 수많은 면역질환을 치료했고 건선이나 아토피, 결절성양진증 등은 근치를 한 임상경험이 있다.

    2. 내적 충돌

    한의학에서는 자가면역질환을 단순히 면역계의 과잉반응으로만 보지 않는다. 이는 기혈(氣血)의 부조화, 음양의 불균형, 정기(正氣)의 약화와 사기(邪氣)의 내입이 복합적으로 얽힌 결과로 이해한다특히 혈()의 정체, 즉  어혈(瘀血)은 체내 순환의 막힘을 유발하여 염증 반응을 지속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어혈은 한의학에서 곧 내부의 불화이며, 이는 송괘의 다툼과 본질적으로 같다. 그러므로 치료의 요체는 단순한 면역 억제가 아니라 조화와 순환의 회복, 송을 멈추게 하는것이다이를 위해 한의학에서는 다음과 같은 원리를 적용한다청열해독(淸熱解毒) : 염증과 과잉 반응을 가라앉히고, 면역의 과열 상태를 진정시킨다활혈거어(活血祛瘀) : 어혈을 제거하여 순환을 원활하게 하고, 조직 재생을 돕는다보정익기(補正益氣) : 정기(正氣)를 북돋워 스스로 회복할 수 있는 힘을 강화한다조화음양(調和陰陽) : 체질적 불균형을 조정하여 면역의 기준점을 재정립한다. 괘상주역으로 보면 천수송의 건괘와 수괘의 내적충돌이 생리적 원인이 되는 것이다. 

    3. 염증의 치료 전략

    임상에서는 자가면역질환 환자에게 다음과 같은 복합 처방이 적용된다봉독약침이나 한약 제제(: 건칠단)건칠단)를 통해 면역 조절과 항염 작용을 병행한다. 필자는 맥산침법의  침 치료 및 도침법을 이용하여 국소의 순환을 개선하고 조직 재생을 치료한 적이 많다.  식이, 수면, 정서 조절 등의 양생법을 병행하여 면역 균형을 유지하게 한다이러한 치료는 억제와 강압이 아닌, 조율과 완화의 방향으로 진행된다. 송괘의 교훈이 말하듯 다툼을 오래 끌지 말고, 조정의 시기를 놓치지 말라는 지혜가 임상 치료의 원칙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면역이상과 내적 충돌은 모두 염증으로 귀결되기 때문에 천수송은 그 염증의 병리를 정확히 설명하고 있다. 현실적인 문제로는 염증의 문제가 소송이나 다툼, 분쟁 등으로 나타난다. 그런 사건들이 모두 염증에 해당되는 것이다.

    괘상주역 임상사례

    베트남인들은 염증이나 면역질환 환자가 참으로 많다. 한 번은 40대 초반의 여성이 루푸스와 전신경화증을 동시에 가진 환자가 내원한 적이 있었다.  그녀는 얼굴 및 두피의 흉터와 염증성 변화를 호소하였다. 기존의 면역억제 요법을 다양하게 했지만 미용적 개선이 안된다고 했다. 그녀의 괘상주역을 했을 때 천수송괘가 나왔다. 일단 천수송괘가 나오면 골치 아픈 문제, 말썽거리, 소송 등의 문제가 있어 치료를 하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그녀와 친한 환자가 간절하게 치료를 원해서 예외적으로 맥산침법을 실행했다.

    치료방법은 신경침과 도침법으로 국소 조직를 재생하는 요법을 했다. 몇 번의 맥산침으로 흉터의 경계가 부드러워졌으며, 염증 반응 또한 완화되는 양상이 나타났다. 그것은 천수송괘의 폐와 신장의 내적충돌을 완화하며 폐와 신장을 강화한 결과였다. 맥산처방으로 특효제 또한 복용한 결과 그녀의 염증 수치(CRP)는 놀랍게 감소했고 통증 완화가 뚜렷했다. 이는 단순한 면역억제가 아닌, 인체의 자율 조정력을 회복시키는 접근이 천수송의 원리로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한다. 이와 같은 사례들은 천수송괘가 임상에서도 구현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 내적 충돌을 부드럽게 조율하고, 흐름을 되살리는 것이 곧 면역 질서의 회복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이다.

    송괘의 지혜와 인체의 조율

    천수송()은 단순한 싸움의 괘가 아니다. 그것은 다툼의 근원을 통찰하여 화해의 길을 찾는 괘이다. 자가면역질환 또한 동일한 구조 속에 있다. 몸이 스스로를 오인하여 공격할 때, 그 본질은 외부의 적이 아니라 내부의 분열이다한의학적 관점에서 그 해결의 길은 억압이 아니라 조화의 회복, 중심의 재정립에 있다. 송괘가 큰 강을 건너는 것은 불리하다고 경계한 이유는, 급하게 결단하려 할수록 본질을 놓치기 때문이다. 치료 또한 서두르지 않고, 단계적으로 면역과 기혈의 균형을 바로잡아야 한다결국 천수송괘의 교훈은 자가면역질환의 치유 원리와 깊이 상응한다다툼을 이기려 하기보다, 조율하여 멈추게 하는 것그때 비로소 인체는 내적 송()을 끝내고, 진정한 평화의 경지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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