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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암은 우리나라에서 빠르게 증가하는 대표적인 암이다. 특히 가족 중 대장암 환자가 있을 경우, 발병 위험은 일반인보다 2~3배 이상 높아진다. 이를 ‘대장암가족력’이라고 한다. 이 가족력은 단순히 유전적 소인을 넘어 생활환경과 식습관까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경향이 있다. 많은 이들이 가족력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불안에 시달리지만, 현대 의학은 이에 대한 명확한 전략을 제공한다. 유전위험을 정확히 이해하고, 정기검진을 생활화하며, 예방 중심의 식이·생활습관 개선을 병행한다면 가족력은 숙명이 아닌 관리 가능한 변수로 바뀐다. 본 글에서는 대장암가족력을 가진 이들을 위한 실천 가능한 예방 전략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자 한다.
■ 대장암가족력: 유전만큼 중요한 생활 패턴
대장암가족력이 있는 사람은 보통 1촌 내지 2촌 가족 중 대장암을 진단받은 이력이 있는 경우를 말한다. 특히 50세 이전에 발병한 경우나 다발성 용종증, 린치 증후군 등 특정 유전질환이 동반된 경우 유전위험은 더욱 높아진다. 그러나 유전자는 가능성을 말할 뿐, 모든 것을 결정하지는 않는다. 미국 국립암연구소(NCI)의 보고에 따르면, 대장암의 발병 요인 중 약 5~10%만이 유전자 돌연변이에 의해 직접 발생하며, 나머지는 후천적 요인과 생활환경의 영향이 절대적이다. 가족력이 있다면, 우선 자신의 식습관과 배변 습관을 관찰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나친 육류 섭취, 섬유질 부족, 음주와 흡연은 위험도를 더욱 높인다. 하루 1회 규칙적인 배변, 섬유질 위주의 식사, 수분 섭취와 충분한 수면은 대장 내 유익균 환경을 유지하는 데 필수다.
■ 유전위험을 넘는 예방적 생활전략
유전위험이 있다고 해서 모든 것을 포기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유전 소인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더 일찍, 더 철저하게 대비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다. 첫째, 비만은 대장암의 대표적 위험인자다. 특히 복부비만은 장내 염증 유발물질의 축적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 둘째, 신체활동 부족은 장의 연동운동을 둔화시켜 변비를 유발하고, 장 점막과 발암물질의 접촉 시간을 증가시킨다. 반면, 주 3회 이상 빠르게 걷기 혹은 유산소 운동은 장의 기능을 회복시키고 면역력을 강화하는 데 효과적이다. 셋째, 프로바이오틱스와 프리바이오틱스가 풍부한 식품, 예를 들어 김치, 요구르트, 식이섬유가 많은 채소류는 장내 유익균을 활성화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현대 영양학에서는 단순히 칼로리와 영양소보다 장내미생물총의 조화가 암 예방의 중요한 변수로 자리 잡고 있다. 유전은 바꿀 수 없지만, 환경은 스스로 바꿀 수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생활 전략은 ‘예방 가능한 유전’에 대한 적극적인 해석이 된다.
■ 정기검진: 가장 강력한 무기
정기검진은 가족력이 있는 이들에게 있어 가장 실질적이고 중요한 예방 수단이다. 보건복지부에서는 가족력이 있는 경우, 40세부터 1~2년에 한 번씩 대장내시경을 받을 것을 권고하고 있다. 이는 일반인보다 10년 정도 빠른 시작이며, 그만큼 선제적인 대응이 중요함을 뜻한다. 특히 선종성 용종은 초기에는 증상이 거의 없으며, 내시경으로 제거하지 않으면 수년 내 암으로 진행될 수 있다. 따라서 대장내시경은 단순한 검사가 아닌, 치료적 예방 조치로 이해되어야 한다. 또한 대변잠혈검사, 유전자 기반의 대장암 선별검사 등 비침습적 방식도 꾸준히 발전하고 있어, 비용과 고통을 줄이면서도 효과적인 검진이 가능해지고 있다. 중요한 것은 증상이 없더라도 가족력이 있다면 반드시 주기적으로 검사를 받아야 하며, 한 번의 음성 결과에 안심하지 말고 평생 주기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점이다.
대장암은 가족력이라는 유전적 요소가 강하게 작용하는 질환이다. 하지만 그 발병은 운명이 아니라 선택의 결과에 가깝다. 대장암가족력을 가진 사람은 유전위험을 제대로 이해하고, 정기검진과 식생활·운동·스트레스 조절이라는 실천 전략을 결합해야 한다. 정보의 무지는 불안을 낳지만, 정보에 기초한 실천은 희망을 만들어낸다. 예방은 지금 이 순간부터 시작할 수 있다. 오늘 당신의 밥상과 걷는 걸음, 그리고 다음 검진 예약이 대장암으로부터의 자유를 만드는 시작점이 될 것이다. 건강은 물려받는 것이 아니라 지켜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