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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 뇌지예(豫)괘로 진단하는 기분장애( 우울증, 심비허, 감정불균형) 의 이미지

    감정의 파동과 내면의 불균형

    현대인의 삶은 빠른 변화와 경쟁 속에서 끊임없는 긴장과 흥분을 반복한다. 기분의 고조와 하강, 성취의 쾌감과 공허의 낙폭이 교차하며, 내면의 정서적 평형은 쉽게 흔들린다. 이러한 심리적 동요는 동양의학적 관점에서 볼 때, ‘간기(肝氣)의 울체’와 ‘심비허(心脾虛)로 이어질 수 있다. ‘간기’는 감정의 흐름을 주관하고, ‘심비(心脾)’는 정서의 안정과 기쁨의 감응을 담당한다. 감정이 과도하거나 억제될 때, 간기의 순환이 막히고, 심비가 약해져 내면의 조화가 깨진다. 이러한 내면의 변화를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괘가 바로 『주역(周易)』의 뇌지예(雷地豫)이다. ‘뇌(雷)’는 움직임과 자극을, ‘지(地)’는 수용과 안정성을 나타낸다. 즉, 내면의 안정 위로 감정의 움직임이 이는 형상이다. 이 괘는 ‘기쁨’이라는 주제를 다루지만, 동시에 ‘기쁨에 빠져 방심하거나, 감정의 흐름이 지나쳐 불균형에 이르는 상태’를 경계한다.

    1. 우울증과 심리적 의미

    뇌지예괘는 “雷出地奮 豫 先王以作樂 崇德 殷薦之上帝 以配祖考(뇌출지분 예 선왕이작악 숭덕 은천지상제 이배조고)”라 하여,
    “천둥이 땅 위로 울려 퍼지니, 기쁨이 있다. 선왕은 음악을 만들어 덕을 높이고, 상제와 조상께 제사드렸다”라고 한다. 이는 곧 ‘기쁨의 정서가 조화를 이룰 때, 그것은 덕으로 승화된다’는 뜻이다. 그러나 ‘예(豫)’는 단순한 즐거움이 아니라, 감정의 파동을 제어하며 내면의 평정을 지키는 지혜를 내포한다. ‘뇌(雷)’는 움직임을, ‘지(地)’는 안정성을 상징하므로, 뇌지예괘는 내면의 정서적 파동이 현실 속에서 어떻게 조화되느냐를 묻는 괘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이 괘는 “감정의 자유로운 표현”과 “감정의 절제”라는 두 축의 균형을 요구한다. 

    2. 심비허와 기쁨이 슬픔으로 바뀌는 과정

    감정은 본래 순환해야 한다. 그러나 기쁨이 지나치면 들뜨고, 들뜸이 오래되면 피로가 찾아온다. ‘예(豫)’의 즐거움이 균형을 잃으면 ‘심비허’와 ‘간기울결’의 양상이 나타난다. 예컨대, 기쁨의 과잉, 긴장과 과잉, 피로와 무기력, 감정의 억제, 내면의 불만, 분노와 울체로 이어지는 것이다. 이때의 간기울결은 단순한 신체적 피로나 분노조절 문제를 넘어, ‘내면의 감정이 제자리로 돌아오지 못하는 상태’를 의미한다. 뇌지예괘는 이러한 상황에 대해 “기쁨은 머무는 것이 아니라 흐르는 것”이라 가르친다. 즉, 감정은 억제도, 방임도 아닌  순환의 조화 속에서 건강하게 기능한다.

    3. 감정 순화와 예괘의 실천적 의미

    뇌지예괘의 핵심 메시지는 다음의 두 가지로 요약된다. 기쁨을 가짐에 있어 도를 잃지 말라. 감정의 고양이 덕으로 승화되려면, 그것이 타인과의 조화 속에서 실현되어야 한다. 움직임 속에서도 중심을 지켜라. 천둥이 울리되 땅은 흔들리지 않듯, 감정이 요동하더라도 내면의 근본은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 이러한 태도는 동양의학의 ‘간기순화(肝氣順化)’와도 일치한다. 감정의 흐름이 막히지 않고 자연스럽게 순환할 때, 간의 기능이 안정되고, 마음 또한 평온을 되찾는다.

    괘상주역 임상 사례

    베트남인 30대 여성은 늘 밝고 적극적인 성격이나 심한 피로감과 긴장, 불면증으로 내원했다. 그녀는 프로젝트의 성과 압박 속에서, 지나친 긴장과 피로,  불면과 무기력감이 극심하다고 찾아왔다. 그녀는 “기분이 들떠 있다가 금세 가라앉는 것 같다”라고 표현했다. 상담에서는 뇌지예괘의 괘사가 나왔다. “雷出地奮 豫(천둥이 땅 위로 울려 퍼지니 기쁨이 있다)”의 구절을 통해, ‘감정의 에너지는 자연스럽게 움직이나, 그 에너지가 땅(내면)의 지지 속에 있어야 조화를 이룬다’는 의미를 탐구했다. 그녀는 이후 감정의 파동을 억누르기보다, ‘감정이 오르내릴 때 그 리듬을 관찰하는 명상’을 실천하였다.

    처방은 맥산침법으로 사암침법으로 간승격과 위보격을 했고 삼초의 보격을 하며 심포의 승격을 했다. 그러자 2주 후 불면 증상이 완화되고, 일의 몰입도가 안정적으로 유지되었다. 또 맥산처방으로 피로감을 제거하고 감정이 안정되는 처방으로 감정의 순환회복이 이뤄졌다. 그 후 그녀는 강정을 억제하지 않고, 퇴근 후 피아노를 치거나 글을 쓰는 방식으로 내면의 감정을 표현하기 시작했다. 한 달 후, 그는 “답답함이 풀리고 머리가 맑아졌다”고 보고하였다 이는 감정의 뇌(雷)를 내면의 지(地) 위에서 자연스럽게 울리게 한, 뇌지예의 실천적 구현이라 할 수 있다

    예(豫)의 기쁨, 순환하는 마음의 지혜

    뇌지예괘는 단순한 즐거움의 괘가 아니라, 감정의 흐름과 순환의 철학을 담은 괘이다. 기쁨은 머무는 것이 아니라 흐르는 것이며, 내면의 안정과 외적 움직임이 조화를 이룰 때 진정한 평온이 찾아온다. “雷出地奮 豫 君子以作樂 崇德”이라는 가르침처럼, 감정은 억압의 대상이 아니라, 덕으로 승화시켜야 할 생명력이다. 감정의 뇌(雷)를 내면의 지(地) 위에 조화롭게 울리게 하는 것, 그것이 곧 간기순화의 길이자, 마음이 평온해지는 참된 기쁨의 도(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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