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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 지산겸(謙)괘로 보는 스트레스 해소(겸손, 감정억제, 간울해소)의 이미지

    겸괘(謙卦)가 전하는 내면의 조화와 순화의 길

    현대 사회의 속도는 인간의 마음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빠르다. 경쟁과 성취가 미덕으로 여겨지는 시대에, 우리는 끊임없이 자신을 증명해야 한다는 압박 속에 살아간다. 이러한 긴장은 심리적 스트레스로 이어지고, 신체적으로는 두통·소화불량·불면·우울감 등 다양한 증상을 유발한다동양의학에서는 이러한 상태를 간기울체(肝氣鬱滯)”라 하여, 간의 기운이 막혀 순조롭게 흐르지 못할 때 발생한다고 본다. 간은 기의 순환과 감정 조절을 맡은 기관으로, 분노·억울함·자존심 등 감정이 과도할 때 간기가 울체 되어 몸과 마음이 함께 병든다이때 주역(周易) 15괘인 지산겸(地山謙)은 우리에게 의미심장한 통찰을 제시한다. “산이 땅속에 있다(地中有山)”는 괘상(卦象)은 스스로를 낮추고 겸손을 실천함으로써 형통에 이른다는 가르침이다. ()이란 단순히 자신을 낮추는 미덕에 그치지 않고, 내면의 과잉된 기운을 순화시키는 실천적 태도라 할 수 있다. 본고에서는 겸괘의 상징을 토대로 스트레스 해소와 간기순화의 원리를 탐구하고, 이를 실제 임상 사례를 통해 살펴보고자 한다.

    1. 겸손과 스스로 낮추는 자세

    지산겸괘는 외괘가 땅(坤地), 내괘가 산(艮山)으로 이루어진다. ‘땅속에 산이 있다는 형상은 역설적이지만, 바로 그 비정상적 배치가 겸손의 본질을 드러낸다. , 높음을 추구하지 않고 스스로를 낮추어 안정되는 형세이다괘사(卦辭)謙亨 君子有終”(겸은 형통하니 군자는 마침이 있다)라 하여, 겸손이 끝내 성공으로 이어짐을 말한다. 단전(彖傳)地中有山 謙 君子以 裒多益寡 稱物平施”(땅속에 산이 있으니 이것이 겸이니라. 군자는 이를 본받아 많은 것을 덜고 적은 데에 더하여 만물을 고르게 한다)고 하였다이는 겉으로 드러난 힘이나 성취를 내려놓고, 내부의 균형과 조화를 회복함으로써 진정한 형통이 이루어진다는 뜻이다. 이러한 관점은 스트레스 해소와 간기순화의 원리와도 상통한다. , 기운이 위로 치밀어 긴장될 때 그것을 억누르거나 폭발시키는 대신, 스스로를 낮추어 기운의 순환을 회복시키는 것이다.

    2. 감정억제(抑情)와 간울해소(肝鬱解消)

    첫째, 겸손(謙虛)은 내면의 긴장을 누그러뜨리는 정신적 자세이다. 지나친 자존심과 성취욕은 기운을 상역(上逆)시키고, 이는 곧 간기의 불균형으로 이어진다. 겸손은 자신을 비우는 행위로, 마음의 공간을 열어 기운이 다시 순조롭게 흐르게 한다둘째, 감정억제(抑情)라 함은 감정을 무조건 억누르는 것이 아니라, 감정이 일어남을 자각하고 그것에 휩쓸리지 않는 상태를 말한다. 이는 곧 감정을 낮추는 겸의 실천이다셋째, 간울해소(肝鬱解消)는 신체적 표현이다. 감정의 과잉이 간기를 막으면 가슴이 답답하고 화가 치밀며 불면이 생긴다. 그러나 겸괘의 도를 따를 때, 마음이 낮아지고 기운은 자연히 흘러 간기순화(肝氣順化)’가 이루어진다.

    괘상주역 임상사례 

    호치민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30대 후반의 여성은 6개월 전부터 지속적인 두통과 소화불량, 가슴 답답함으로 내원했다. 특이성은  병원 진단상 특별한 이상은 없었다. 그러나  늘 긴장된 표정으로 항상 잘해야 한다는 압박이 심하다”라고” 말하였다. 업무에서의 완벽주의와 상사의 평가에 대한 불안감이 그녀의 스트레스를 가중시켰던 것이다. 그 결과 퇴근 후에도 머릿속이 쉬지 않아 불면이 잦았다. 맥산체질의학으로 진단한 바로는 전형적인 소양인체질의 간기울체형(肝氣鬱滯型)이었. 치료 방향은  맥산침법과 맥산처방으로 기운을 풀고 낮추는 것에 초점을 두었다. 이에 겸 괘의 상징을 상담에 접목하였다.

    정신적인 처방은 첫째, ‘스스로를 낮추는 수행*으로 매일 아침 자신에게 나는 이미 충분하다는 문장을 3회 되뇌게 하였다. 이는 겸괘의 裒多益寡, 많은 것을 덜어내고 부족한 데를 채운다는 의미를 현실화한 것이다둘째, ‘감정의 관찰과 숨 고르기’’ 훈련을 도입하였다. 화가 오를 때 억누르지 않고, 잠시 눈을 감고 복식호흡 3회를 하며 지금의 기운이 위로 치밀고 있구나라고 인식하게 했다. 이는 감정을 객관화하여 상승하는 간기를 아래로 돌리는 행위이다셋째, ‘행공(行功)’, 즉 걷기 명상을 권장하였다. 매일 20분간 천천히 걸으며 산이 땅속에 있다는 상징을 마음속에 그리게 하여, 마음이 고요해지는 감각을 체득하도록 했다.

    3주 후, 그녀답답함이 훨씬 줄었고, 감정의 폭발이 줄었다”라고” 보고했다. 6주 경과 후에는 불면이 거의 사라지고, 얼굴빛이 밝아졌으며 업무 스트레스에 대한 인식 또한 완화되었다. 이는 괘상주역으로 본 겸 괘의 위장과 삼초의 작용이 안정되자 뱃심이 생기고 호르몬 작용이 안정되며 산괘의 비, 췌장과 심포가 회복되어 안정이 됨을 나타낸다. 심포와 삼초는 상화와 궐음으로 심리적 영향을 강하게 미치기 때문에 맥산통합침법과 맥산처방이 주효하였다. 두통이나 소화불량, 가슴 답답함은 주로 심포와 삼초의 병변으로 정확한 진단에 따른 치료가 신효했던 것이다. 또한 겸 괘의 덕목인 겸손과 내면의 평형이 실제 생리적 순환 회복으로 이어진 사례라 할 수 있다. 지산겸쾌는 그러한 정신자체가 안정되면 모든 것이 안정되는 것을 나타낸다.

    낮춤 속의 형통, 겸의 치유력

    지산겸괘는 단순한 윤리적 교훈이 아니라, 인간의 정신과 생리의 균형을 회복시키는 심오한 심리의학적 지혜라 할 수 있다. 스트레스와 간울의 근본 원인은 높이 오르려는 마음’, 즉 과도한 긴장과 집착이다. 겸괘는 이 반대의 길을 제시한다. “스스로를 낮추고, 욕심을 덜며, 내면을 고르게 하라.” 현대인의 병은 경쟁에서 비롯되고, 그 치료는 겸손에서 비롯된다. ‘()’은 단지 외면적 예절이 아니라, 내면의 기운을 고르게 하는 정신적 처방이다. “謙亨 君子有終이라는 괘사는 겸손이 궁극적 형통으로 이어진다는 확언이며, 이는 스트레스 해소와 간기순화의 완성적 단계와도 같다결국, 마음이 낮아지면 간기의 흐름은 순화되고, 기운이 순화되면 마음은 다시 평온을 찾는다오늘날의 불안과 긴장은 어쩌면 겸손의 결핍이 낳은 현대적 병일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우리는 매일의 삶 속에서 잠시 고개를 숙이고, 산이 땅속에 있는 겸 괘의 형상을 떠올릴 필요가 있다. 그것이 겸을 통한 치유(謙之療法)의 시작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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