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합(噬嗑)’이 말하는 급성 소화 장애의 상징주역(周易) 64괘 중 화뢰서합(噬嗑)은 “씹어 삼킨다”는 뜻을 지닌 괘로, ‘먹는 행위’를 상징한다. 상괘(火)는 소화와 연소, 하괘(雷)는 움직임과 반응을 의미하니, 두 괘가 만나면 강력한 소화 작용과 해소의 과정이 드러난다. 그러나 동시에 그 과정 속에는 장애물(物)을 물어 부수는 고통이 따르기도 한다. 의학적으로 보면, 서합괘는 인체의 위장계, 특히 위(胃)와 비(脾)의 기능적 작용에 대응한다. 소화 불량, 급성 위통, 음식적체와 같은 증상은 마치 ‘입 안에 돌덩이를 물고 있는 것처럼’ 불편하고 막힌 상태로 나타난다. 이 괘가 떠오를 때는 단순한 음식 문제를 넘어, 기체(氣滯)와 열적(熱的) 반응이 함께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화뢰서합은 단순히..
관(觀), 내면을 비추는 거울주역(周易)의 풍지관(觀卦)은 인간이 세상을 바라보는 태도와 내면의 성찰을 상징한다. ‘관(觀)’이란 단순히 본다는 의미를 넘어, 마음을 가라앉히고 진리를 바라보는 정신적 통찰을 뜻한다. 현대 사회에서 명상과 마음 챙김이 주목받는 이유 역시 바로 이 관(觀)의 원리에 있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외부 자극 속에서 우리는 흔히 불안, 긴장, 불면 등 다양한 신경적 증상을 경험한다. 풍지관은 이러한 혼란 속에서도 자신의 내면을 관찰하며 심신을 안정시키는 지혜를 전한다. 1. 풍지관(觀卦)과 명상풍지관은 상괘(上卦)가 바람(風), 하괘(下卦)가 땅(地)으로 이루어진 괘이다. 이는 ‘바람이 대지 위를 부드럽게 스치는 형상’, 즉 자연의 흐름을 섬세히 느끼는 상태를 상징한다. 바람은 ..
임괘와 간담계 건강의 상응 관계주역(周易) 64괘 가운데 제19괘인 지택림(地澤臨)은 ‘내려다보다’, ‘임하다’라는 뜻이다. 상괘(上卦)는 땅(地), 하괘(下卦)는 못(澤)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는 위와 아래가 서로 교감하고 조화를 이루는 상징으로, ‘위의 존재가 아래를 살피고 돌본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이러한 임臨)의 상징은 동양의학적 시각에서 매우 흥미로운 함의를 지닌다. 간담계(肝膽系), 즉 간(肝)과 담(膽)의 생리적 기능은 감정의 순환과 깊은 관련을 갖는다. 간은 혈액을 저장하고 기(氣)의 흐름을 주재하며, 담은 담즙을 저장하고 배설을 조절하는 한편 결단력과 판단력을 주관한다. 감정이 울체 되거나 담즙의 흐름이 정체될 경우, 이른바 ‘울화(鬱火)’ 혹은 ‘담체(痰滯)’가 발생하게 된다. 따라서..
썩은 것을 바로잡는 괘주역(周易) 육십사괘 중 제18괘인 산풍고(山風蠱)는, 산(山) 위에 바람(風)이 머무는 형상이다. ‘부패하고 어지러움을 다스린다’는 뜻을 지닌 괘로 고(蠱)란 본래 ‘벌레가 끓는 독’ 또는 ‘썩은 그릇’이라는 뜻에서 유래하였다. 그러나 주역에서의 고는 단순한 부패가 아니다. “이미 썩은 것을 바로잡는 과정”*을 의미한다. 즉, 무너진 질서를 새롭게 정리하고, 오래된 독을 걷어내어 새 생명을 준비하는 단계이다. 오늘날 우리의 몸 또한 이 ‘고(蠱)’의 상태에 이르렀다. 만성 염증, 독소의 축적, 피로의 누적은 신체 내부의 부패이자 불균형의 결과이다. 1. 독소와 산 아래의 바람고 괘는 산(艮)이 위에 있고, 풍(巽)이 아래에 있다. 산은 멈춤(止)과 응고(凝)의 상징이며, 바람은..
몸의 리듬과 운명의 순응여성의 신체는 일정한 주기를 따라 순환한다. 이 주기는 단순한 생리 현상이 아니라 자연의 운행과 깊이 맞닿아 있다. 주역에서 말하는 ‘귀매(歸妹)’는 여성이 혼인으로 귀속되는 괘이지만, 단순히 결혼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음양의 결합, 순응, 그리고 새로운 생명의 가능성을 상징한다. 그중에서도 ‘뇌택귀매(隨)’는 천둥(震)과 못(兌)의 결합으로, 상하의 조화 속에서 변화와 순종이 이루어지는 괘상이다. 이는 마치 배란기와 월경주기 속에서 호르몬이 상호작용하며 새로운 생명을 준비하는 과정과 닮아 있다. 주역의 언어로 신체의 리듬을 읽는다면, 여성의 몸은 자연의 운행 그 자체이자, ‘隨(따름)’의 도를 실천하는 존재라고 할 수 있다.1. 월경조절과 여성의 리듬귀매괘는 본래 “여자가 시집가..
감정의 파동과 내면의 불균형현대인의 삶은 빠른 변화와 경쟁 속에서 끊임없는 긴장과 흥분을 반복한다. 기분의 고조와 하강, 성취의 쾌감과 공허의 낙폭이 교차하며, 내면의 정서적 평형은 쉽게 흔들린다. 이러한 심리적 동요는 동양의학적 관점에서 볼 때, ‘간기(肝氣)의 울체’와 ‘심비허(心脾虛)로 이어질 수 있다. ‘간기’는 감정의 흐름을 주관하고, ‘심비(心脾)’는 정서의 안정과 기쁨의 감응을 담당한다. 감정이 과도하거나 억제될 때, 간기의 순환이 막히고, 심비가 약해져 내면의 조화가 깨진다. 이러한 내면의 변화를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괘가 바로 『주역(周易)』의 뇌지예(雷地豫)이다. ‘뇌(雷)’는 움직임과 자극을, ‘지(地)’는 수용과 안정성을 나타낸다. 즉, 내면의 안정 위로 감정의 움직임이 이는 형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