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부 괘가 전하는 불통(不通)의 경고주역(周易) 제12괘인 천지부(天地否)는 ‘하늘과 땅이 서로 통하지 않는다’는 뜻을 지닌다. 상괘(上卦)는 건(乾)으로 하늘을, 하괘(下卦)는 곤(坤)으로 땅을 상징한다. 그러나 이 두 기운이 서로 소통하지 못하고 막혀 있으니, 천지의 도가 단절되고 만물이 순조롭게 자라지 못하는 형상이다. 이 괘는 인간 신체의 균형과 건강 측면에서 보면, 기혈(氣血)의 흐름이 막힌 상태, 즉 부통(否通)을 의미한다. 경락이 원활히 소통되지 못하면 장부 간의 기능이 단절되고, 오장육부가 각각 고립되어 조화로운 생리작용을 수행할 수 없게 된다. 이러한 상태가 지속되면 결국 만성질환의 근본 원인으로 발전하게 된다. 따라서 부괘는 단순히 불길한 괘가 아니라, 몸속의 ‘불통’을 깨닫고 다시 ..
음양의 교류가 이루는 생명 조화인체의 건강은 단순히 질병이 부재한 상태를 의미하지 않는다. 동양 고전인 『주역(周易)』은 만물의 생성과 변화가 음(陰)과 양(陽)의 상호작용 속에서 이루어진다고 보았다. 그중에서도 제11괘인 지천태(地天泰)는 하늘과 땅이 서로 소통하며 만물이 화평한 상태를 상징한다. 이는 인간의 신체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하늘의 기운(乾)이 아래로 내려오고, 땅의 기운(坤)이 위로 올라가 서로 교류하듯, 인체 또한 내부의 양기(陽氣)와 외부의 음기(陰氣)가 순조롭게 통할 때 건강이 유지된다. 오늘날의 예방의학은 이러한 주역적 통찰과 밀접히 맞닿아 있다. 질병이 발현되기 이전 단계, 즉 ‘미병(未病)’의 상태에서 균형을 회복하고 조화를 도모하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지천태 괘의 상징을 신..
천택리괘(履)와 하체 냉증의 상징적 연관성현대 사회의 생활양식은 장시간의 좌식 근무, 운동 부족, 스트레스 등으로 인해 신체 하부의 순환 저하를 초래하는 경향이 크다. 특히 하체가 차가워지거나 발끝이 냉해지는 증상은 단순한 체질적 문제로 치부되기 쉽지만, 주역(周易)의 상징체계 속에서 보면 보다 깊은 함의를 지닌다. 리괘(履)는 문자 그대로 ‘밟는다’, ‘디딘다’는 의미를 갖는다. 인간이 땅을 밟고 걸음을 내딛는 행위를 상징하며, 하체의 움직임과 균형을 상징하는 괘로 해석된다. 따라서 리괘의 상징을 하체의 생리적·병리적 현상에 투영하면, 하체 냉증과 족부질환은 단순한 말초 증상이 아닌 “기혈(氣血)의 근본 순환이 단절된 상태”로 볼 수 있다. 이글에서는 리괘의 의미를 기반으로 하초한증(下焦寒證)과 냉감(..
작은 축적이 의미하는 사건의 핵심소축괘는 작은 것이 모여 큰 힘을 이루는 현상을 설명한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정체된 에너지가 축적될 때의 위험성도 암시한다. 현대 한의학에서 다루는 기체증(氣滯症)이 바로 이것이다. 기가 순환하지 못하고 한 곳에 정체되면서 나타나는 통증, 답답함, 소화 불편 등의 증상들은 단순한 신체 증상을 넘어 정신적, 정서적 불안정까지 초래한다. 이 글에서는 소축괘의 지혜를 토대로 기체증이 어떻게 발생하며, 어떤 원리로 치료되는지 살펴본다. 실제 임상사례를 통해 "작은 흐름의 복원"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아보려고 한다. 1. 소축괘와 기체의 관계소축괘는 위에 손괘손괘(巽卦)가 있고 아래에 건괘(乾卦)가 있는 형상이다. 하늘의 무한한 에너지가 바람의 부드러운 속성으로 제약을 받는 상태를..
파도가 육지를 사정없이 때리는 것이나 육지 너머 파도가 덮치는 쓰나미가 수지비의 스트레스, 위장병, 정서문제 등을 나타낸다. 파도가 일정할 때 육지은 안정되듯 관계 역시 그렇게 해야 하는 것이다.관계의 본질과 수지비의 의미인간은 본질적으로 혼자서 모든 것을 감당할 수 없는 존재이다. 우리가 맺는 관계는 삶의 배경이자 에너지의 원천이다. 그래서 그 관계가 불균형하게 흐를 때 마음과 몸은 곧바로 반응한다. 주역(周易)의 여덟째 괘인 수지비(水地比)는 ‘비(比)’, 곧 함께하고 가까이하며 서로 돕는다는 뜻을 지닌다. 이는 인간관계의 본질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괘이다. 현대적 관점에서 보면 관계의 조화와 불균형, 스트레스와 질병의 연관성을 통찰하게 한다. 이글에서는 비괘의 의미를 인간관계의 구조적 원리로 해석한..
감염성 질환의 조직 대응력동양의학에서 인간의 생리와 병리를 해석하는 기본 틀은 ‘음양오행’과 ‘역(易)’의 원리이다. 《주역》의 64괘 가운데 지수사(地水師) 괘는 병사(兵事)를 상징하며, 몸이 외부 침입자, 즉 감염원에 맞서 조직적으로 대응하는 과정을 비유적으로 표현한다. 현대의학에서 말하는 면역계의 방어 체계와 염증 반응은, 바로 이 사괘(師卦)의 전투적 구조와 긴밀히 연결된다. 본 글에서는 지수사의 상징을 바탕으로 감염성 질환 시 인체 조직의 대응력, 즉 면역계의 작동 원리를 해석하고, 이를 한열변증(寒熱辨證) 관점에서 재조명해 보고자 한다.1. 면역계와 지수사 괘의 구조와 의미사괘는 ‘지(地)’가 상괘, ‘수(水)’가 하괘로 구성되어 있다. 하수(下水)는 깊이 잠재된 자원, 곧 병균이나 외부 자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