썩은 것을 바로잡는 괘주역(周易) 육십사괘 중 제18괘인 산풍고(山風蠱)는, 산(山) 위에 바람(風)이 머무는 형상이다. ‘부패하고 어지러움을 다스린다’는 뜻을 지닌 괘로 고(蠱)란 본래 ‘벌레가 끓는 독’ 또는 ‘썩은 그릇’이라는 뜻에서 유래하였다. 그러나 주역에서의 고는 단순한 부패가 아니다. “이미 썩은 것을 바로잡는 과정”*을 의미한다. 즉, 무너진 질서를 새롭게 정리하고, 오래된 독을 걷어내어 새 생명을 준비하는 단계이다. 오늘날 우리의 몸 또한 이 ‘고(蠱)’의 상태에 이르렀다. 만성 염증, 독소의 축적, 피로의 누적은 신체 내부의 부패이자 불균형의 결과이다. 1. 독소와 산 아래의 바람고 괘는 산(艮)이 위에 있고, 풍(巽)이 아래에 있다. 산은 멈춤(止)과 응고(凝)의 상징이며, 바람은..
몸의 리듬과 운명의 순응여성의 신체는 일정한 주기를 따라 순환한다. 이 주기는 단순한 생리 현상이 아니라 자연의 운행과 깊이 맞닿아 있다. 주역에서 말하는 ‘귀매(歸妹)’는 여성이 혼인으로 귀속되는 괘이지만, 단순히 결혼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음양의 결합, 순응, 그리고 새로운 생명의 가능성을 상징한다. 그중에서도 ‘뇌택귀매(隨)’는 천둥(震)과 못(兌)의 결합으로, 상하의 조화 속에서 변화와 순종이 이루어지는 괘상이다. 이는 마치 배란기와 월경주기 속에서 호르몬이 상호작용하며 새로운 생명을 준비하는 과정과 닮아 있다. 주역의 언어로 신체의 리듬을 읽는다면, 여성의 몸은 자연의 운행 그 자체이자, ‘隨(따름)’의 도를 실천하는 존재라고 할 수 있다.1. 월경조절과 여성의 리듬귀매괘는 본래 “여자가 시집가..
감정의 파동과 내면의 불균형현대인의 삶은 빠른 변화와 경쟁 속에서 끊임없는 긴장과 흥분을 반복한다. 기분의 고조와 하강, 성취의 쾌감과 공허의 낙폭이 교차하며, 내면의 정서적 평형은 쉽게 흔들린다. 이러한 심리적 동요는 동양의학적 관점에서 볼 때, ‘간기(肝氣)의 울체’와 ‘심비허(心脾虛)로 이어질 수 있다. ‘간기’는 감정의 흐름을 주관하고, ‘심비(心脾)’는 정서의 안정과 기쁨의 감응을 담당한다. 감정이 과도하거나 억제될 때, 간기의 순환이 막히고, 심비가 약해져 내면의 조화가 깨진다. 이러한 내면의 변화를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괘가 바로 『주역(周易)』의 뇌지예(雷地豫)이다. ‘뇌(雷)’는 움직임과 자극을, ‘지(地)’는 수용과 안정성을 나타낸다. 즉, 내면의 안정 위로 감정의 움직임이 이는 형상이다..
겸괘(謙卦)가 전하는 내면의 조화와 순화의 길현대 사회의 속도는 인간의 마음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빠르다. 경쟁과 성취가 미덕으로 여겨지는 시대에, 우리는 끊임없이 자신을 증명해야 한다는 압박 속에 살아간다. 이러한 긴장은 심리적 스트레스로 이어지고, 신체적으로는 두통·소화불량·불면·우울감 등 다양한 증상을 유발한다. 동양의학에서는 이러한 상태를 “간기울체(肝氣鬱滯)”라 하여, 간의 기운이 막혀 순조롭게 흐르지 못할 때 발생한다고 본다. 간은 기의 순환과 감정 조절을 맡은 기관으로, 분노·억울함·자존심 등 감정이 과도할 때 간기가 울체 되어 몸과 마음이 함께 병든다. 이때 주역(周易) 제15괘인 지산겸(地山謙)은 우리에게 의미심장한 통찰을 제시한다. “산이 땅속에 있다(地中有山)”는 괘상(卦象)은 스..
화천대유(大有)’의 상징, 풍요와 과잉의 경계에서현대인의 비만은 단순히 체중의 증가로 환원될 수 없는 복합 질환이다. 과잉된 영양섭취, 불규칙한 생활, 정신적 긴장, 운동 부족이 맞물리며, 신체는 스스로의 균형점을 상실한다. 한의학에서는 이를 “비(脾)의 운화(運化) 기능 저하와 습담(濕痰)의 정체”로 설명하며, 그 뿌리는 기혈순환의 불조화에 있다. 주역(周易)의 제14괘인 화천대유(大有卦)는 “하늘 위에 불이 떠 있어 만물을 넉넉히 비춘다(天火大有)”는 뜻을 지닌다. 하늘(乾)은 강건함과 생성의 근원을, 불(離)은 밝음과 통찰의 작용을 상징한다. 즉, 모든 것이 충만하고 크게 소유되는 상태, 풍요와 성취의 괘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크게 가짐’은 언제나 ‘과잉’의 그림자를 동반한다. 비만은..
함께할 때 살아나는 생명의 호흡사람의 몸과 사회는 하나의 유기체처럼 연결되어 있다. 심장이 홀로 뛰어서는 생명을 유지할 수 없고, 폐가 외부의 공기를 들이마시지 못하면 호흡은 막히듯이, 사람 또한 타인과의 연결 속에서 활력을 얻는다. 『주역(周易)』 제13괘인 천화동인(天火同人)은 바로 이 “함께함의 도(道)”를 상징하는 괘로, “同人于野亨, 利涉大川, 利君子之貞”이라 하여 “들에서 뜻을 함께하면 형통하고, 큰 내를 건너는 것이 이롭고, 군자의 바름이 유익하다”라고” 설한다. 이 괘는 단순한 협동의 권장이 아니라, 인간 내부의 ‘양기(陽氣)’가 외부와 소통하며 상승할 때 나타나는 생명적 협력의 에너지를 보여준다. 본 글에서는 천화동인괘의 괘상과 의미를 통해 ‘협동의 에너지’를 해석하고, 이를 심폐기능 강..